[뉴스핌=이기석 기자] 국내 외환보유액이 두달 연속 40억달러 이상 급증하면서 3100억달러를 돌파, 6개월만에 사상 최대를 다시 기록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면서 유로화가 급등하고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가 대규모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이탈리아 국채가격이 안정되는 등 유럽의 국채위기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일 유럽연합이 독일의 주도로 재정 불량국가들에 대한 긴축을 강화하고 지난 1월말 유럽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신재정협약에 대해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국이 서명하면서 진일보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나서서 재원확충을 도모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 20개국(G20)에서 지지력을 보탤 태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주가 반등 등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출 경기가 다소 불안감을 주고는 있지만 무역수지가 1월중 적자에서 2월 흑자로 돌아서고, 광공업생산이 전월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감도 다소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대체로 유지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속에서 국내 외환보유액도 증가, 국내 금융시장도 다소나마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외환보유액 3100억달러 돌파, 6개월만에 다시 사상 최대
5일 한국은행(총재 김중수)은 <2012년 2월말 외환보유액> 자료를 통해 2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158억달러를 기록, 전달보다 44억 6000만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3121억 9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다시 6개월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4월말 기준으로 3072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이후 등락을 하다가 지난해 12월말 현재 3064억달러까지 감소했다가, 지난 1월말 현재 3113억 4000만달러로 늘어났었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올들어 2개월 사이 100억달러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12월말에서 1월말까지 49억 4000만달러가 급증하면서 3000억달러를 완전 돌파했고, 2월에는 다시 44억 6000만달러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에 대해 유로화,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표시 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한 데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한 것에 기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가 지난 1월말 유럽정상회의의 신재정협약 합의 도출 이후 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 속에서 이탈리아 등 유럽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수했고 이에 따라 유럽 불안이 해소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로/달러 환율은 올해 1월초 1.27달러 선까지 급락했다가 1월말께 1.30선달러를 회복했고, 2월 중에는 1.34달러선까지 다시 급반등하는 양상을 보였고, 파운드 등의 유럽통화들도 반등력을 발휘했다.
◆ 외환보유액 급증 이유: 유로 급반등, 외국인 투자자금 급증
그렇지만 단순히 유로를 비롯한 유럽통화들의 반등으로 인한 미국 달러의 환산액 증가만으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올들어 유로존 위기에 따른 투자처 전환과 유럽의 양적완화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급유입됐기 때문이다.
1월중 무역수지가 20억달러 이상 적자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1월중 외환보유액이 50억달러 가까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2월중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돼 1월의 적자와 상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본시장에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외환보유액 증가에 큰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을 기준으로 2월중 외국인들의 주식순매수 자금은 4조 2715억원에 달했으며, 지난 1~2월중 누계로 10조 9538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의 채권매수 규모는 2월중 4조 867억원이 추가 유입, 올해 1~2월중 누계가 6조 9117억원으로 증가했다.
올들어 외국인들의 자본시장 매수패턴은 주식시장의 경우 1월중 6조원대를 순매수한 뒤 2월에는 4조원대로 줄었으나, 채권시장은 1월에 2조원대에서 2월에는 4조원대로 크게 늘린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을 합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자금은 2월중 8조 4128억원을 매수, 올해 1~2월 합계액이 18조 4911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통상 1110~1150원선에서 거래됐고 대략 잡아서 1130원 선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16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이다.
국내은행의 한 외환분석가는 “올들어 지난 1월중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전환에 대한 우려가 컸던 상황”이라며 “1월말 유럽정상회의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환율 낙폭이 심해지는 것을 미세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1월중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대외경제가 불확실해 여전히 우리 경제가 하방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유입되는 등 주식시장이 다소 과열된 듯한 인상이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그렇지만 해외 불안 상황에서 국내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국내 투자매력이 있는 것이므로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글로벌 변수는 여전히 유럽 안정 여부, 유럽 일정 빼곡
글로벌 금융시장이 유로존의 위기 완화 기대감 속에서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 1월과 같은 불안감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유럽연합이 신재정협약에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각 국가별로 비준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국민적 저항 등 개별 국별로 리스크가 생기면서 유로 강세가 주춤하고 있다.
또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은행제도(Fed)의 벤 버냉키 의장이 제3차 추가 양적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양적완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하고, 미국 경제지표가 꺾이면서 달러 강세로 일관성을 갖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유로/달러 환율은 1.35선까지 차오를 듯 하다가 이내 꺾이면서 1.31선으로 미끄러졌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지난 2월 28일 1.3420달러에서 5일 현재 1.3190선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럽의 사태가 어떻게 진전이 될 것이냐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유로화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유로/달러가 1.35선까지 올랐다가 다시 크게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유로존 위기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유로존과 유로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국내 외환정책: 큰 기조 유지, 미세 조정은 지속될 듯
당장 그리스 국채스왑 참여 마감일이 8일로 다가온 상태이고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국채스왑 신청이 마감이 돼야 그리스 2차 지원을 승인할 예정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지난 1~2일 예정된 정상회의를 그리스의 국채스왑 결정을 보고 하겠다며 연기한 바 있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승인 이후 오는 12일 유럽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메카니즘(ESM)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런 절차가 순조롭게 될 경우 4월에 G20에서 IMF 재원확충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지난주 멕시코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이후 귀국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G20가 IMF를 통해 유럽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면서도 “그렇지만 IMF의 재원확충 문제는 유로존 국가들이 자체 방화벽을 얼마나 쌓는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정책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ECB가 5000억 유로가 넘는 대규모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를 결정했고, 일본 중국 등 여타 나라들도 공식적인 양적완화를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열리는 ECB나 영국중앙은행(BOE) 통화정책회의나 국내 한국은행의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엇갈리는 경기상황에 대한 코멘트가 나오는 가운데 유로존 이벤트에 대한 관망 기조를 내비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이고 유럽 등의 순차적인 정책이벤트가 예정된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흐름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기준금리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 외환정책 역시 커다란 변화가 수반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내 경기의 엇갈림 속에서 국제 유가 동향에 민감한 가운데 유럽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긴장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국내 외환보유액 역시 유로/달러가 다시 조정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급증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유가가 급히 오른 상황에서 수출이 3월 이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만큼 환율 하락폭 역시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외환시장에는 언제나 미세조정이 있어 왔다는 점에서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로 동향이 관건이 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외환정책이나 금리정책에 크게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유로존이 자체 방화벽 쌓는 문제 등 대외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국내 수출이나 경기는 설날 연휴 등에 따른 계절적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라며 “경기에 상하방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책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무리하게 경기부양에 나서서 정책여력을 소진할 아무런 필요가 없다”며 “예산이나 재정, 통화 등 정책 방향이 확장세로 다시 전환하지 않고 미세조정 정책으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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