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저리대출(LTRO)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를 녹였지만 은행 예금자들의 확신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유로존 은행권 자금이 그리스를 필두로 한 주변국에서 독일과 영국, 스위스로 썰물을 이루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그리스의 은행권 총 예금액은 지난해 말 1690억 유로(2250억 달러)를 기록, 2009년 6월 고점에서 28% 줄어들었다. 스페인의 경우 11월 말 기준 9340억 유로로 2008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고, 이탈리아 역시 9740억 유로로 1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독일의 은행권 예금액은 2011년 말 현재 2조 1500억 유로를 기록, 지난 2010년 5월 그리스가 첫 구제금융 승인을 받은 이후 10% 가량 증가했다.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 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예금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양상”이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지역에서 유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경우 커다란 시스템 측면의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존의 부채위기 전염 가능성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자금 이동이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기업들의 자금 이전이 두드러진다. 보다폰 그룹의 앤디 하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매일 저녁마다 현금 자산을 그리스에서 영국으로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역시 유로존 지역 은행에 흩어진 현금을 영국으로 걷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광고업체인 WPP의 홀 리처드슨 채무 이사는 유로존 은행권에 예치된 잉여 현금 자산을 매일 달러로 환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주변국의 현금을 스위스 은행권으로 옮기는 기업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하우스 앤 쿠퍼의 알렉스 벨레플로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수익률 상승과 함께 예금 이탈 현상은 주변국이 유로존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국경이 없는 지역에서 예금 이탈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