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채위기로 홍역을 치르는 유로존의 해체 여부가 내년 상반기 판가름 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채권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된 만큼 유로존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주변국의 디폴트 리스크로 인해 유럽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었지만 해체 준비가 미흡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도이체방크의 토마스 메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2012년 상반기 유로존의 생존 여부에 대한 그림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모든 것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의 경제 개혁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유로존 내에서 경제 규모 3위를 차지하는 만큼 부채위기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내년 상반기 유로존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까지 제시된 위기 대응책보다 강력한 처방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비관적인 투자심리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부채 규모가 유로존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이어퍼슨 커머디티 매니지먼트의 숀 코리건 수석 투자전략가는 “유로존 정부는 지난 수년간에 걸쳐 비경제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재정 정책을 유지했고, 엄청난 규모의 부채와 적자를 단기간에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장기간에 걸쳐 과잉 양산된 부채를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부채 위기 해소 방안 가운데 하나인 국영 자산의 민영화와 관련, 코리건은 “민영화 과정에 채권 스왑이 이뤄져야만 구조적인 부채 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자산 헐값 매각을 피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채 위기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보다 악화되는 양상이다. 지난주 피치가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포함한 일부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강등을 경고하는 등 신용평가사가 연이어 위기 국가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또 EU 정상들이 내놓은 이들 국가의 부채 위기 해결책의 현실성이 낮고, 문제 해소가 이미 손 쓸 수 없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주장으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9일(현지시간) 유로존 해체에 따르는 비용에 대해 경고했다. 정책자들 사이에 암묵적인 금기로 통했던 해체 문제를 입에 올린 셈이다.
그는 위기 국가가 유로존 탈퇴하더라도 이후 경제적인 비용이 상당 규모에 이를 것으로 경고했다. 또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양적완화(QE) 형태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분명히 밝혔다.
내년 1분기 주변국 국채 만기가 집중된 가운데 ECB의 역할에 대한 정책자들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 현실적인 부채 해소와 투자심리 진정이 쉽지 않다고 시장 관계자는 입을 모았다.
최악의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이 디폴트를 매끄럽게 넘기기 위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JP모간은 글로벌 금융권이 그리스나 다른 주변국에서 디폴트에 무방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가 고조됐을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금융권에 자발적인 채무 탕감 및 손실 처리를 강요했고, 정책 차원에서 책임을 공동 분담하지 않는 상황에 민간 금융권이 이를 모두 감당할 만큼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