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대한 '탐욕 비판'이 각종 금융 수수료의 '합리적 가격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이 발빠르게 표면적인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다른 통로를 통해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각종 금융 수수료 갈등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합리적 가격을 따져볼 일이다. 나아가 수수료 전반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바람직한 해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편집자 주
[뉴스핌=송의준 기자] 방카슈랑스는 이제 보험사의 가장 강력한 판매채널로 자리 잡았다. 상대적으로 이 채널 판매가 많은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60% 이상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된다.
◆ 보험사 유력채널 부상… 은행, 우월적 지위 남용
하지만 방카슈랑스의 주도권이 은행에 집중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많은 보험사가 방카슈랑스를 하려다 보니 숫자가 적은 은행들에 잘 보이지 않으면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중 대형 시중은행을 향한 보험사들의 구애는 더 각별한데, 이런 점을 이용해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려는 은행권의 입김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금감원은 모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판매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판매 수수료와 판촉비가 아닌 사업비 10억원이 두 개의 시중은행에 지급된 사실을 발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생보사가 이를 방카슈랑스 거래 은행에 대한 우대 차원에서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카슈랑스가 보험사가 아닌 판매 대리점 역할을 하는 은행이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어 보험사들이 은행에 별도로 이득을 제공하는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 ATM 수수료 인하로 손실 보전할까 ‘전전긍긍’
특히, 은행들이 정부와 여론에 떠밀려 최근 ATM기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이런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은행들이 수수료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즉, 보험판매대리점으로서 보험사들에게 받는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를 당장 내년부터 인상해 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외환 수수료를 제외한 전체 수수료이익은 1조73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16억원(7.6%) 감소했다.
펀드 판매 수수료는 국민은행이 1515억원에서 1118억원으로 26.2%, 하나은행이 814억원에서 733억원으로 9.9%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977억원에서 927억원으로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판매는 성장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에 따른 수수료이익은 9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6% 증가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30%대 증가율을 기록해 예년보다 성장세가 약해졌다. 신한은행은 증가율이 0.7%에 그쳤지만, 대형 은행들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올해 경기 회복과 주식시장의 호황 등과 연초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인상 효과를 탔기 때문이다. 또 방카슈랑스 판매상품도 점차 다양화 하고 있고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갈수록 많은 보험사들이 이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방카슈랑스 판매 구조상 즉, 1년간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을 수 없다는 ‘25%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은행들은 통상 상반기까지 방카슈랑스 판매에 주력하다 하반기부터는 25% 규정에 맞춰 생보사별로 판매실적 등을 조정하고 있어 하반기 실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ATM 수수료를 최대 50%까지 내리더라도 손실 규모는 순익의 1%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손실을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으로 여긴다면 다행이지만 보험사들은 은행의 수익이 줄어들면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약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보험사들로서는 피해 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판매 수수료 인상은 보험료 인상으로 보전해야 하거나 보험사가 떠안아야 하는데 보험료 인상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 “은행 견제장치 마련돼야”
보험업계는 금융지주회사들이 보험부문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여러 기업들이 보험업 진출이나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의 영향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적절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에 지급한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는 대략 7000억원 정도”라며 “현행 방카슈랑스제도는 지나치게 은행이 주도권을 갖고 있어 더 이상의 상품확대나 규제 완화는 보험사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되는 만큼 금융 당국이 이런 문제를 개선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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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