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차입선 다변화 요구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없어
- 커미티드 라인 등 새로운 외화 차입도 유럽·미국계
- 중동계 자금 유치 제도적 지원 목소리 커
[뉴스핌=한기진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에 지나치게 편중된 외화 차입선을 다변화하고 싶어도, 벽에 부딪히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금융권에서는 중동 지역 등이 바람직한데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조달비용이 저렴해지는 달러화나 손을 쉽게 벌려주는 유럽계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 “총 외화자산 10% 수준까지 달러 확보해라”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각 은행에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등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대해라”는 권고를 내렸다. 다만 어느 수준까지 할지 가이드라인은 정해주지 않았다.
은행들은 총 외화자산의 10% 전후에서 외화유동성을 늘리기로 했다. 커미티드 라인이란 금리 외에 추가로 빌린 금액의 0.25~0.5% 안팎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약속한 한도만큼 돈을 빌리도록 하는 구속성 있는 계약을 말한다.
우리금융은 연말까지 10억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 라인을 확충하고 이종(異種)통화채권 등을 발행해 총 20억달러의 외화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총 외화자산이 200억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에 달하는 규모의 달러를 유동성으로 보유하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시장 상황이 오래갈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언제든 회수할 수 있는 크레디트(credit line) 라인보다 약정으로 구속력이 있는 커미티드 라인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현재 보유중인 커미티드 라인 1억6500만달러를 5억달러로 확대키로 했다. 현재 총 외화자산이 50억달러로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적정 외화유동성은 은행마다 다를 수 있지만 커미티드 라인을 5억달러까지 늘리면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10억달러 규모의 커미티드 라인을 확보했고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1억3000만달러와 1억2000만달러를 확보했다.
◆ 중동계 자금 유치 활동 본격화, 수쿠크법 국회서 계류로 한계 있어
그러나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늘리고 있지만 새로운 차입선도 달러화나 유럽계가 대부분이다. 엔화, 위안화 등 이종통화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규모가 작거나 차입조건이 유리한 편이 아니다.
우리은행 한 임원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금이 단기화되면서 길어봤자 5년짜리로 차입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리한 조건을 가진 유럽계나 달러화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미국계는 투자은행(IB)이 많아 다양한 투자 방법으로 외화가 들어오지만, 유럽계는 커머셜뱅크(상업은행)의 대출로써 국내 은행이 외화를 조달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동 등으로 차입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다시 한번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기독교계의 반발로 국회 처리가 무산됐던 수쿠크법(이슬람채권법)을 재추진하자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중동자금 활용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주로 중동계 국부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하거나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수쿠크법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기독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중동 지역에서 영업을 활성화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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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