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테스트 결과가 유로존 은행들의 또 다른 취약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이번 테스트 결과 위험 국가들의 국채 보유에 따른 익스포저보다 민간 대출의 부실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테스트를 진행한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이번 스트레스테스트에 참여한 90개 은행 중 8개 은행만이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은행권 자본 건전성이 생각보다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테스트 역시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너무 안이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불만에 대해 EBA는 이번 테스트의 진정한 가치는 유럽 은행권의 재무 상태와 관련된 세부적인 자료를 취합했다는 데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 결과에는 국가별 은행 대출 현황과 함께 그 지역에서 이뤄진 상업 및 소매 대출 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그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유럽 대형 은행들이 채무 위기에 처해있는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 기업과 민간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 대출과 기업 대출 등 소매 및 상업 대출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유로존 은행권에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UBS의 알레스터 라이언 분석가는 "국가 채무 익스포져는 이전과 비교해 나아졌지만 일부 국가의 은행들이 실시한 소매 대출 규모는 걱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BNP 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BPCE 그룹,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4대 은행들이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문제 국가들의 여신 규모는 3000억 유로(원화 448조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은행이 스페인에서만 민간에 빌려준 자금은 510억 유로로 집계됐다. 이들이 약 150억 유로 상당의 스페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채보다는 민간 대출 위험이 더 크다.
또한 이들 은행이 그리스에서 진행한 민간 대출 규모는 330억 유로로 역시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 규모보다 3배 이상 많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를 비롯한 독일 은행들 역시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방크는 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약 800억 유로의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750억 유로는 스페인에서 이뤄진 주택담보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WSJ는 EBA가 이번 테스트 과정에서 은행들에게 대출 손실 위험이 5% 이상인 국가들에서만 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에서 일부 은행들의 대출 현황이 실제로는 축소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