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일까. 삼성증권이 M&A업계에서 이미지를 제대로 구겼다. CJ측의 대한통운 인수자문 계약 해지통보를 받으면서다. 당분간 M&A 자문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가 다소 민망해졌다는 게 시장 안팎의 지적이다. 손해배상 청구 등 CJ측의 소송에도 직면했다.
이같은 상황 전개는 삼성증권 자체의 M&A 자문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대한통운 인수전 끝물에 갑자기 뛰어들며 또 다른 계열사 삼성증권 IB(투자은행) 경력에 오점을 만든 것이다. 삼성증권으로서는 할 말이 많겠지만 M&A업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 인수전 관련, CJ측 M&A 인수 자문을 해오던 삼성증권이 그룹 계열사인 삼성SDS의 막판 등장으로 '인수자문 해지 통보'를 받은데 이어 CJ측은 삼성증권의 삼성SDS로의 정보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28일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 SDS의 물류 IT 솔루션 개발에 따른 비즈니스적 판단일 뿐이다. 그룹이나 미래전략실도 삼성증권이 CJ측 주관사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도 삼성SDS의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를 전혀 몰랐다는 게 삼성측 해명이다. 정보유출도 전혀 없다고 강변했다. 삼성증권이 M&A업계에서 이번 일로 신뢰도 저하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본의아닌 그룹차원의 결정에 따른 어쩔수 없는 국면이기에 과도한 오해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게 삼성증권의 속내다.
하지만 어찌됐던 CJ그룹으로선 삼성과 포스코의 연합작전으로 대한통운 인수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며 삼성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된 상황인 것은 현실이다.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던 CJ로선 '구두(口頭)'였지만 삼성측의 인수전 불참을 삼성증권으로부터 확답받은 상태였고, 이에 인수전략과 가격 등 딜 전반에 대한 조율을 해왔던 것.
M&A 업계 관행상 이번 사례같은 '번복' 과정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CJ측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상황이 돌변했고, 그 과정에서 CJ의 인수에 대한 정보가 삼성으로 유출됐을 것이란 정황에 CJ측에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소송 결과에 대해선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CJ측이 정보유출에 대한 증거를 쥐고 있는 지 여부 등 내막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증권과 SDS가 별도법인이란 점에서도 법률적 하자를 찾기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다만 삼성증권이 스타일을 제대로 한번 구긴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M&A업계 관행상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M&A 자문업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계열사의 인수관련 정보를 꿰지 못하고 있었던 점, 고객정보에 대한 유출 가능성, 계약 파기 등에 대한 비판은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삼성그룹 또한 대한통운 인수 여부를 떠나 M&A업계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룹차원에서 계열 증권사가 인수자문을 해오던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서류마감을 3~4일 앞두고 계열사가 인수에 뛰어든다는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M&A 한 전문가는 "그룹 차원에서 삼성증권이 대한통운 인수관련 CJ측 인수자문을 해주는 것을 모르는게 아닐텐데 인수전 막판에 이렇게 뛰어드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며 "아마추어도 아닌 프로세계에서도 그렇고, 도의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CJ측이 우려하는 내부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오너십이 강한 삼성그룹인 만큼 CJ측의 우려가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며 "유출 여부를 떠나 이같은 일이 생기면 어느 기업이 삼성증권에 M&A 자문을 맡기겠냐"고 꼬집었다.
증권업계 한 변호사(M&A담당)는 "삼성증권과 SDS가 별도 법인이다보니 엄밀하게 따지면 법적 하자는 없다"며 "또한 삼성증권측이 정보유출을 통해 자문계약상의 비밀유지협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사실상 증명해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J측의 주장대로 삼성증권이 계열사 불참에 대한 구두 확약을 해놓고 이를 어겼다고 해도 이것이 삼성증권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지, 또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면 이를 삼성증권의 귀책사유로 볼 수 있느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삼성증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급 인력과 석달이란 시간을 투입하고도 상황이 이렇게 됐다. 안한다고 하다가 계열사에서 한다니 우리로선 어쩔 수가 없지 않냐"고 하소연한다. 삼성의 그룹 문화상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 삼성증권이 전적으로 감수해야할 부분이라는 전언이다.
"CJ조차 이렇게 당하는데 어느 기업이 삼성증권과 M&A 등 IB관련 딜을 할 수 있을까요. 혹 삼성이 뛰어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는 딜에는 모든 기업들이 한층 신중해질 것입니다". 10년 이상 M&A 딜과 자문업무를 해온 증권업계 임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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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