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凡 삼성家 대신 포스코 선택 왜?
[뉴스핌=이강혁 정탁윤 기자] "대한통운 인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꿨다.
단독 참여는 아니지만 포스코(POSCO)와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범 삼성가(家)인 CJ그룹 대신 포스코를 택한 배경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SDS를 통해 포스코의 대한통운 인수에 5% 안팎의 지분참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삼성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추측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공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S 관계자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는 논의 중인 것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보안상 입찰 전략을 노출할 수는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과 포스코가 손을 맞잡게 되면서 대한통운 인수전 흥행은 일단 성공적인 분위기다. 기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던 포스코를 비롯해 롯데그룹, CJ그룹 모두 '가격' 측면에서 고민이 깊었던 탓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수 희망 기업들의 가격 고민으로 인수전 자체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었다.
삼성은 왜 포스코를 선택했을까.
삼성의 물류업 진출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줄곧 진행되온 사안이다.
시장에서 대한통운 인수전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삼성을 막강한 인수 후보로 꼽았던 이유도 여기 있다.
삼성SDS는 이미 올해 초 정관까지 변경하면서 신사업에 물류를 추가했다. 삼성전자 물류 그룹장 출신인 김형태 전무를 글로벌 물류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SDS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인만큼 그룹내 물류를 담당하며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나 LG그룹의 범한판토스 등과 같은 역할 모델을 찾을 것이란 추측도 업계에 파다했다.
삼성그룹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대한통운 인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왔다.
내부의 물류사업을 떼어내 키우던, 물류회사를 인수한다면 "해외쪽에서 찾겠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지텍서 물류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삼성이 전격적으로 포스코와 손을 잡고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일단 시너지 측면이 가장 높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예비입찰 참여를 안했던 삼성 입장에서 미래가치를 얻어내고, 파트너십을 최대한 존중해 줄 적임자로 포스코를 선택한 것.
여기에 포스코가 대한통운의 유력한 인수 후보인만큼 기왕에 뛰어들려면 반드시 품에 안을 적임자가 필요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사실 가격 고민이 깊었던 CJ그룹도 그동안 삼성을 가장 두려운 인수전 상대로 보고 있었다.
때문에 삼성이 인수전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삼성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만치 않은 적군이라면 아예 아군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CJ그룹 내부의 한 인사는 "뚜껑이야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삼성이라는 프리미엄이 상당하지 않겠냐"며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고 씁쓸해 했다.
삼성은 결국 포스코와 손을 맞잡게 됐다. 포스코 역시 그동안 삼성의 참여를 원하고 여러 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그 동안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컨소시엄 제의를 받았지만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지난 4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포스코 포항공장을 방문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향후 사업에 대해 지속 협력하기로 한데 따른 '첫 작품'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단순한 투자 개념이 아니라 그룹 물류를 담당할 기업에 대해 일정 지분을 갖는 게 필요한 것"이라며 "누구 편을 드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이 낙찰 가능성이 높은가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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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정탁윤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