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최근 리비아 사태를 비롯한 각종 불안 요인이 넘쳐나면서 스위스프랑 가치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르고 있다.
이 같은 프랑화 강세는 잊혀졌던 또다른 위험 요인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바로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의 시장개입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정치적 입지가 그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NB가 지난해 개입을 통해 210억 프랑의 손실을 본 것은 리비아 사태나 미국 실업률, 영국 인플레율 혹은 국제유가 만큼 중대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이슈라고 24일자 기사를 통해 지적했다.
SNB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위험 회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자산의 큰 부분을 금에 할당해 놓고 서구 중앙은행들 중에서는 주기적으로 자산가치를 공개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 SNB, 정치적 비난 직면한 이유는
하지난 지난해 초반부터 SNB는 유로존 위기 속에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등하자 자신들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과감한 외환시장 개입을 선택을 했다. 처음에는 이 같은 조치가 수출업체를 비롯해 인기가 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졌으나, 결국 SNB는 통화가치 상승 추세를 돌리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6월에는 결국 외환시장 개입을 포기했는데, 이로 인해 2010년말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6% 절상됐고, SNB는 210억 프랑의 개입으로 인한 손실을 기록했던 것이다. 시가 평가기준으로 보면 그 손실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유 금의 가치 상승으로 인해 이런 손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중앙은행의 외환개입으로 인한 손실은 통화가치가 크게 변화될 경우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미 SNB는 은행권이나 정치인들로부터 큰 비판에 직면했다. 필립 힐데브란트 총재는 퇴임하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금융권과 정치계의 분노는 먼저 SNB가 그 동안 보유 금의 평가를 통해 낸 수익을 매년 25억 프랑씩 지역 및 중앙정부에 제공해왔기 때문인데, 2010년의 경우라면 그런 수익 제공은 불가능하게 된다.
또 금융권은 위기 발생 이후 중앙은행이 부과한 강력한 규제에 직면했는데, 이번에는 외환시장 개입 실패를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 SNB 실패 사례, 주요국 중앙은행 '남의 일 아니네'
SNB의 사례는 이런 지점에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SNB의 외환개입 손실이 상대적으로 쉽게 드러난 것은 그 투명성 외에도 외환의 변화는 분석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도 SNB 못지 않은 과감한 시도를 통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주변국 국채 매입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규모 국채 매입 그리고 영란은행(BOE)의 국채 및 모기지자산 매입이 그 주요 사례다.
이들 다른 주요 중앙은행의 '시장개입' 사례는 가시적인 손실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투명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한다.
연준이나 ECB 그리고 BOE도 무턱대로 지른 것은 아니고, 또 운도 따랐다. 연준은 모기지자산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부터 수익이 나서 완충 효과를 보고 있다. BOE는 지난해 보유한 국채에서 뜻하지 않은 수익을 냈고, ECB의 경우 주변국 국채에서 최근 상당한 규모의 이자수익을 냈다.
문제는 이런 좋은 그림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미국 재무증권과 영국 길트채 가격은 앞으로 수 년간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유로존 주변국 국채는 심지어 지급불이행(디폴트) 사태에 이를 수도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물론 여러가지 대응책도 있겠지만, 이미 연준은 국내 정치인들의 비판대에 오르고 있고 ECB는 아직 손실이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합의도 없는 상황이다. 스위스와 같은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FT는 SNB 당국자들은 중동 사태가 가라앉아 프랑화 절상이 멈추기를 학수고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서구 중앙은행들은 힐데브란트 총재가 살아남기를 바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SNB 사태가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치친들이 마딱뜨린 전례없는 상황의 앞선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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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