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집회에 500명 가까운 직원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말에 이어 지난 15일 두번 연속이다. 지난해 초 기획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 저지를 위해 모인 인원이 20명을 갓 넘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집회의 주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 회복'으로 '열석발언권 저지'와 같은 맥락이었다.
한은 내부가 술렁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숫자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되는 한국은행의 연봉은 그야말로 '억'소리가 난다. 지난해 국감 자료에 따르면 한은의 과장급인 4급 직원 연봉이 최고 1억 1087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과장이면 30대 아니냐"라는 해석이 더해지며 '신도 못건드리는 직장'이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렇지만 당시 한은은 "최고 연봉을 받았던 직원은 35년 근속해 정년퇴직을 앞둔 만 54세"라며 "과장급 평균 연봉은 1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7800만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한은의 신입행원들에게 이같은 논란이 꿈만 같다는 것. 한은 내부에서조차 "내 연봉은 둘째치고 신입행원들 깎인 부분이라도 복구 해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행' 뱃지를 달기위해 대학 때부터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 어떤 고시 못지 않게 준비하고, 재수도 마다하지 않으며 입행한 이들에게 기다린 건 임금 20% 삭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사생아였던 것.
윗기수 선배랑 하는 일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600만원 이상 차이나는 연봉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법하다.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사정은 더 딱해진다. 평균 500만원 정도 낮았던 한은 신입행원 연봉이 임금삭감을 계기로 1000만원 이상 차이나게 됐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은 지난해 임금을 2% 올리고 20% 삭감된 신입행원 임금을 원상 복귀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현재 진행중인 임·단협이 진전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금융위기 극복과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일방적 임금 삭감. 그렇지만 이제는 환경이 달라졌다. 한은 총재나 재정부 장관,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OECD국가 중 두번째로 높은 성장을 이뤘다고 자랑한다. 성장에 대한 의구심 보다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강요받은' 희생의 원상복구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길게 보면 현저히 낮은 한은 신입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경쟁력을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누구보다도 금리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기준금리 수준과 한은의 위상이 비례한다'는 농담 때문일까? 이보다는 "연봉을 안 올려줄거면 물가라도 잡아달라"는 간절함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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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