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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섹, 하나금융 철수전략 2년전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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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발발로 은행투자 손실 커지자 BOA·바클레이즈 등서 철수
- 내부자료, 포트폴리오 전략 '리스크 회피' 인프라·자원쪽으로 선회
- 아시아 금융허브 야망품었던 싱가폴 정부 실망감도 크게 작용한 듯


[뉴스핌=한기진 기자] 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는 6년간이나 들고 있던 하나금융그룹 지분 9.62%(2038만주)를 갑작스럽게 정리했을까?

하나금융의 M&A(인수합병) 계획이 불안했나, 브라질 자원 개발 업체에 투자하기 위해서, 우리금융과 비밀 제휴, 아니면 말 못할 내부사정이 있는 것인가.

테마섹이 20일 하나금융 지분 매각 계획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다음날(21일) 아침 30여곳 전문투자자에 전광석화처럼, 그것도 당초 계획했던 할인율 3.5%(전날 종가 대비)보다 낮은 6%에 매각하자 시장 참여자들의 궁금증은 커져갔고, 궁금증은 추측을 낳았고, 추측은 억측을 낳으며 하나금융의 주가는 급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테마섹이 이 같은 행동에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하나금융 고위관계자 "테마섹 담당자 정부측 결정 따른 듯"

22일 테마섹과 업무를 담당하는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매각 계획은 20일이 아닌 이달 초에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날 IR팀이 오후 늦게 외신을 소식을 접한 뒤 대책 회의를 하고 테마섹과 접촉했던 이유도 매각 시점이 빨랐다는 게 이유였다. 이 고위 관계자는 “타이밍이 급박했다”는 표현을 썼다. 테마섹은 매각주간사로 크레디트 스위스를 선정하면서, 보안속에 매각을 성사시켰다.

때마침 우리금융의 매각 공고가 이 달말 예정돼 있어 하나금융의 M&A 계획에 따른 매각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싱가포르 정부의 성장전략 변화, 이에 따라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투자 전략 수정과 최근 글로벌 은행들에 대한 규제 강화에 다른 수익성 하락 전망 등이 복잡하게 작용했다는 게 설득력이 커 보인다.
테마섹과 전날 직접 통화한 하나금융 고위 임원은 통화 내용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또 “(테마섹) 투자담당자의 판단이 아닌 인상을 받았다”면서 “싱가포르 특성의 관료적인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즉 이번 지분 매각은 테마섹이 투자 전략상 판단이 아니라, 정부의 전략변화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 08년 이후 인프라 에너지 유통 집중전략 한국에도 적용시작

테마섹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산업에서 큰 손실을 입은 뒤 포트폴리오를 대폭 수정했다. 2008년만 해도 순이익이 224억7400만 싱가포르 달러로 5년만의 최고 순이익을 올렸는데 2009년에는 90억8900만 싱가포르 달러로 급락했다. 

금융권을 통해 입수한 테마섹의 2009년 투자내부자료에 따르면 ‘2008년 유례없는(unprecedented) 재무와 유동성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신중한(cautious) 투자 스탠스를 채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역별로 40(아시아):30(싱가포르):20(OECD):10(남미,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수정했다. 아시아 비중이 40%로 가장 높지만 이중 절반은 중국으로 한국은 OECD가 아닌 아시아 지역에 포함, 비중이 줄었다. 



투자 대상에서도 한국은 밀려나고 몇몇 지역과 업체에만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8년4월~2009년3월까지 테마섹은 90억 싱가포르 달러를 신규 투자했다. 이중 30억 싱가포르 달러는 스탠다드 차타드(SC), DBS그룹, 캐피탈랜드(CapitaLand) 등 기존 투자업체에 집행됐다. 이후에도 10억 싱가포르 달러를 더 투자했는데 다나몬(Danamon)은행, 넵튠 오리엔트 라인(Neptune Orient Lines)과 차타드 반도체(Charter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등의 지분 취득에 썼다. 

동시에 주로 금융회사를 위주로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차원에서 하나금융처럼 지분을 정리했다. 인도네시아국제은행, BOA, 바클레이즈, 중국 민셍은행(Minsheng), E.SUN 파이낸셜 홀딩스, 싱가포르 푸드 인더스트리, SCS 컴퓨터 시스템즈와 SNP 코포레이션 등이다. 

이 같은 전략은 ‘위험 관리’라는 전략하에 진행됐다. 그래서 주로 금융회사에서 투자는 철수하고 대신 인프라, 에너지, 유통 등에 투자를 늘렸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마섹은 이미 이 같은 전략을 실행했는데, 지난 2008년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용기 제조업체로 부산에 본사를 둔 ENK의 지분 19.5%를 사들였다. 같은 해 브라질에서도 남미의 대표적인 유전개발회사인 산안토니오 인터네셔널의 지분 15.4%를 매입했다.

◆ 한때 각국 20여개 은행 투자에서 SC, 다나몬만 남긴 이유

왜 테마섹은 금융회사 투자를 철수하는 것일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거,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DBS를 민영화시키는 것을 계기로 금융산업을 자국의 전략산업으로 삼고 DBS와 테마섹을 첨병으로 내세웠다. DBS는 싱가포르 최대은행이지만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경영권을 장악해 사실상 국영은행이나 다름없다. DBS는 외환은행 매각입찰이 한창이던 지난 2006년, 잭슨 타이 행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바 있어 낯설지 않은 은행이다. 

DBS는 1997년 인도네시아의 PT미쓰비시부애나은행(현 PT Danamon 인도네시아은행)를 인수하면서 해외투자에 나섰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물류허브만이 아닌 금융허브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운 시기였다.  DBS는 1998년 태국의 타이다누은행, 1999년 홍콩의 광온은행, 2001년 홍콩의 다오헹은행, 2005년에는 인도의 대형 소매금융업체인 초라만다람 인베스트먼트 앤 파이낸스와 합작 금융사 설립했다.

테마섹은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지분투자로 해외에 진출했다. 한때 하나금융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다나몬은행, BII은행, 인도의 ICICI은행, 파키스탄의 NIB은행 등 12개에 투자했을 정도다. 중국 진출도 적극적이어서 2004년 민셩은행 지분 5%, 2005년 젠서은행 지분 7%, 중궈은행 지분 5%를 각각 사들였다. 

이 같은 금융기업에 대한 왕성한 투자 식욕은 금융위기의 충격에 결국 화를 불러, 엄청난 손실만을 남겼다. 하나금융의 이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계 은행에 투자를 하면 이들이 자국에 다시 투자해 국익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미국 등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았고 오히려 금융위기로 손실만 보자 은행투자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은행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은행수익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작용했다”고 했다.

◆ "SC 증자용 10억달러 중 6할 하나금융 철수로 확보"

그래도 의문점이 남는 건, 테마섹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를 줄였으면서도 유독 SC, 다나몬은행, DBS 등 3곳에 대해서는 늘렸냐 하는 점이다. DBS는 싱가포르의 최대은행이자 테마섹이 최대주주인 점을 보면 납득할 수 있지만 외국계인 SC와 다나몬은행은 그렇지 못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은행은 테마섹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싱가포르 정부의 이익에 맞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최대주주였지만 경영권에는 간섭하지 못했다. BOA도 바클레이즈한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테마섹은 SC는 19%, 다나몬은행은 68%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지분을 이달 말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바로 앞에 두고 그것도 급하게 매각했는지 이유도 SC에 대한 최대주주로서의 경영권 유지차원에서 보는 분석이 나온다. 

SC는 33억파운드(미화 53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내달중 실시한다. 이에 대해 한 시장 전문가는 “테마섹이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주로 발행되는 물량 가운데 10억달러는 사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하나금융의 지분을 서둘러 팔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테마섹이 지분 매각으로 받은 돈은 미화 6억690만달러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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