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경제가 제로금리에다 막대한 자산매입 및 유동성 공급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실업과 디플레 위험에 직면하게 되자, 연방준비제도 내 일부 정책결정자들이 '물가 안정 목표를 높이는' 특단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7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지난 30여년간 연준은 '물가를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지금 물가안정 목표치를 높이자는 주장의 논리는 일시적으로 물가를 높이는 것으로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를 빼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실질금리'가 내려가면 가계나 기업이 저축하기 보다는 좀 더 투자하거나 소비하려고 들 것이라는 생각이 배경에 깔려있다.
지난주에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 같은 의견을 내비쳤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실질금리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해 같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사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리비에 블량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에 물가안정 목표치를 2% 부근에서 4%대로 두 배 높이자는 주장을 내놓았다가 국제적 논란을 불어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연준 내부에서나 외부에서 모두 이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칫 이 같은 수단을 쓰다가 '물가 안정'을 약속하는 중앙은행의 신뢰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1970년대 후반 물가 앙등 사태에 직면하자 금리를 두 자릿수까지 급격히 높여서 이를 잡아냈고. 이에 따라 '인플레 파이터(inflation fighter)'라는 별칭을 얻었다.
일례로 중앙은행사가인 앨런 멜처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높은 물가 압력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런 접근 방식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다른 전문가들도 목표 수준 이상으로 물가 압력을 높이는 것은 공공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금융시장의 거품과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미 연준의 신뢰가 약해져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과 상품 가격의 급등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BMO캐피탈마키츠의 앤드류 부시 외환전략가는 "연준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뢰밭을 지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과거 연준 이사 시절인 2003년에 일본의 경험에 대해 언급하면서 완만한 인플레를 유발함으로써 실질금리를 떨어뜨린 것은 일시적으로 리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길게 보아 얻는 이익보다는 비용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들리 총재와 에반스 총재는 이와 약간 다르게, 공식적인 물가안정 목표는 고수하된 지금처럼 물가가 언더슈팅할 때에 대한 보상으로 오버슈팅을 유도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 압력은 1%~1.5% 정도로 안정 목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실업률은 9.6%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높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또다른 양적완화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정책 실탄을 모두 소진했을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에단 해리스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더이상 능력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