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 기자] 경영용어를 살펴보면 '가부장적 경영체제(家父長的經營體制)'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기업 내의 노사관계가 마치 가족의 부자관계와 같은 경영체제를 일컫는 표현을 의미한다.지금은 민주적 경영체제가 일반화되고 노동운동의 발전에 따른 노사평등사상에 따라 가부장적 경영체제의 의미가 다변화 되고 있지만 과거 사주(社主)는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지배하는 동시에 보호자가 되는 한편 종업원들은 사주의 대해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일 만큼 전근대적 경영체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현대건설 인수 쟁탈전을 위해 적통성과 종가를 따지며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바라보는 일각에서는 그동안 가부장적 성향이 짙었던 범현대가를 상대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과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경천동지할 히스토리로 기록될 것 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관측되고 있다.
범현대가는 전통적으로 가부장제(家父長制) 가풍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창업주인 故정주영 명예회장 생존시에도 현대가는 가족 모임시 맏아들 격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만 청운동 명예회장 자택에 차를 갖고 들어올 수 있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며느리들은 식사나 다과시간에도 남자들의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같은 가풍이 강했다는게 당시를 기억하는 호사가들의 회고다.
지난 24일 메릴린치 인터내셔날을 비롯해 한국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공동 매각주간사들은 현대건설 주식매각 공고를 냈다.
외환은행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현대건설 출자전환주식 주주협의회가 보유한 회사 발행주식 4277만 4134주(총 발행주식수 대비 38.37%) 중 3887만9000주의 매각을 추진하며 이에따른 인수후보로 며느리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현대가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인수전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가부장적 성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맏아들격인 정몽구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가 형제들의 보이지 않는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적통성 문제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또 다른 당위성은 인수 이후 현대건설이 시장 점유를 위한 탄탄한 재정적 뒷받침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기아차그룹은 과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을 잇따라 인수해 재기에 성공한 사례를 빗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유리한 선점을 차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적 가부장제를 앞세운 범현대가에 맞서 한치의 양보를 보이지 않는 故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 역시 적통성을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과거 정몽헌 회장이 운영하던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권단에게 이관된 현대건설을 마땅히 현대그룹에서 되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논리는 바로 적통성의 문제를 넘어서 현대건설 인수 이후 현대그룹의 위상을 다시한번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될 뿐 아니라 대북사업과 연계된 반사이익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그동안 침체됐던 범현대가의 적통성을 비롯한 추락했던 그룹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현대건설 인수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고 남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한 가부장제로 똘똘 뭉친 현대가 며느리로써의 의미있는 반격이 아닐 수 없다는 해석도 분분하다.
현대건설 인수 쟁탈전을 앞두고 오랜동안 가부장적 성향이 그 어느 기업보다 강했던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회장과 조용한 이미지로 남편이 떠난 현대그룹을 지켜내고 있는 현대가 며느리 현정은 회장의 총성 없는 전쟁은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적 대결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을 통해 일각에서 예측하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승리할 경우 오랜 전통의 가부장제 범현대가의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현대가는 물론 업계를 뒤흔들 역사로 장식될 수 있다는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