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가치 투자란 기업의 자산가치, 수익가치, 성장가치 등을 분석하고, 이에 비해 가격이 낮을 때 사서 적정한 가격에 다다르면 파는 것.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힌다.
국내에도 여전히 소수지만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에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로 꼽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투자 철학과 성과, 고민과 꿈을 들어보았다.

[뉴스핌=김성덕 기자] 그러나 남들이 외면하는 주식을 사들이고 장기간 보유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동굴 속에 혼자 남겨진 듯한 고독감과 긴 자기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10년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대폭락장'은 견디기가 쉽지 않다.
“1997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때는 몰가치의 시대예요. 주식이란 이유로 다 버려요. 왜? 캐시(현금)가 필요하니까. 전쟁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이때는 기업가치 불문하고 모든 주식이 다 빠져요.”
이런 시기에는 주식을 가능한 한 적게 갖고 있는 사람이 최고다. 하지만 이런 '공포 장'에서도 그는 '마켓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오지만 보유 주식의 양은 그대로 유지한단다.
대신 보유주식의 종류를 달리한다. 주식이 올랐다고 모조리 팔거나, 빠졌다고 다 사지 않는다는 원칙은 '공포 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허 본부장은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데 시장은 아니라고 할 때가 가장 힘들다”며 “주가가 오를 것을 믿고 참고 기다린다는 것은 예전에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렵다”고 말했다. 팔고 싶은 유혹은 시시각각 찾아오고, "바보" 소리도 부지기수로 들어야 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비싼 주식은 비싼 주식"
지난 1999년~2000년 IT주가 붐을 이룰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 생각해도 그 유혹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싶다. 당시 그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비싼 거는 비싼 거”라며 코스닥 IT주에 투자하지 않았다. '주식투자에 대한 신념'으로 단 한주도 사지 않은 그였지만, 자고 나면 오르는 IT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허 본부장은 “그때 정말 심한 말 많이 들었다”면서 “'날만 새면 올라가는데 저런 주식 안 사고 넌 뭐하나', '연기금은 바보라서 사나', '너 바보 아니냐'는 둥 험한 얘기 많이 들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IT버블은 그의 예측대로 꺼졌고, 이듬해 그가 운용하는 펀드도 실적 1등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그를 괴롭힐 때마다 그가 항상 고민한 것은 "내가 왜 이 주식을 가지고 있어냐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저희는 지수 예측을 하지 않습니다. 예측할 능력도 안 되고, 예측해도 맞지도 않아요. 대신 좀 더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게 주당가치예요. 주당가치는 비교적 확률이 높게 추정할 수 있어요. 대신 시간을 모르는 거죠. 이게 한 달 후에 오를지 1년 뒤에 오를지 말입니다. 하지만 주식이 싼지 비싼지는 알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주식투자의 개념이 다른 거예요.”
허 본부장은 자신들이 주식시장에서 얻고자 하는 게 시세차익이 아니라고 했다. 대신 '기업가치의 증가'라는 표현을 썼다.
주가라는 것이 결국 기업가치를 따라간다고 하면, 제값 못 받는 회사에 투자해 주가와 그 기업가치의 값이 일치할 때 시장에서 팔고 나온다는 거다. 시세차익이 시장 논리라면 기업가치의 증가는 기업 논리다. 그래서 그는 주식을 일종의 '장기채권'이나 다름없다고 여긴다.
◆"나는 단지 조금 앞선 사람… 내가 무슨 고수(高手)인가"
허 본부장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첫째는 올해 군에 입대했고, 둘째는 고1이다. 그는 두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주식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세뱃돈이나 용돈이 생길 때면 펀드에 투자했다. 살아 있는 경제교육에 주식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안 좋은 면이 하나 있더라고요.” 대뜸 그가 말했다.
"그게 뭐냐"고 묻자 그는 “저스트 바이 노세일(Just Buy No Sale)인데, 이 녀석들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아진 거예요. 지금까지 사 놓고 안 팔아서 서너 배씩 안 올라간 주식이 없어요. 돈 버는 걸 우습게 생각해요. 허허. 좀 깨져봐야 하는데…."
허 본부장은 가치투자를 주식 외에도 자녀교육이나 삶에서도 적용시키며 살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 터져 젊은이들이 입영을 기피하자, 그는 "지금이 오히려 좋은 보직이 많을 때"라며 큰 아들을 군에 보냈다. 보통 때 같았으면 8개월은 족히 대기해야 했겠지만, 아들은 한 달 만에 일사천리로 입대했다.
집을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초기 정부가 부동산 억제책을 쓸 때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 여유 있게 골라가며 집을 샀고, 이후 집값은 폭등했다. 이후 집값이 내려 지금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어차피 집은 코스트(비용)”라고 여기는 그에게는 성공적인 투자였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면 위안은 되지만 실익이 없어요. 남들이 가지 않는 쪽으로 가야 얻는 것도 많고 스트레스도 덜 받죠.”
이야기를 듣다가 슬쩍 '스스로를 고수(高手)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고수요? 절대 아닙니다. 내일을 몰라서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무슨 고수예요. 고수는 1~2억 가지고 100억대 1000억대 큰 돈을 버는 사람이 고수죠. 그런 사람들은 절대 평범해서는 될 수 없어요. 우리는 큰 돈이 아니라 적정수익률이 목표예요. 단지 얘기하자면 남보다 조금 앞서가는 사람들이죠. 매년 15%씩 버는 사람이 무슨 고숩니까?"
그는 “주식투자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장기간에 걸쳐서 자기가 알고 있는 정석대로 투자하면 주식에서 누구나 다 위너(Winner)가 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는 단지 이것을 실천할 뿐이고 남들은 실천하지 않는 차이만 있다고 했다.
“이게 완성이 아니고 계속 진행형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것은 (잘)됐고, 항상 앞으로가 문제죠. 지금까지 잘 왔다고 앞으로 보장되는 건 아sP요. 이 길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나 잘못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어요. 우리가 가진 종목 중에 부도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언제나 오늘하고 내일이 중요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겸손해야 됩니다.”
고수가 아니라는 그의 말에서 오히려 고수의 '포스'가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