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놀라게 하는 정책은 좋지 못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공식 입장이긴 하지만, 한은은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야 "그때 그것이 시그널이었다"고 고백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물론 예고된 통화정책은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에서 한은의 이런 방식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에서 김중수 총재는 다소 이례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분명한 시그널을 제공할 것임을 공언했다. 이는 적어도 8월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는 이론적인 배경으로 보면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적응적 기대가설"이나 "합리적 기대가설" 등의 논란과 맞닿아 있다.
시장이나 정보수용 및 경제주체들한테 "미리 알아 가게 하는" 게 좋으냐, 아니면 "모르게 해서 일순간이라도 충격을 주는 방식"이 나으냐 하는, 이른바 "정보 전달"과 경제주체들의 "기대형성 및 의사결정", 그리고 그에 따르는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것이다.
특히 시류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만능적인 자율주장이 퇴색되는 마당이고 그렇다고 시장이 망가진 상황에서 정책주도론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는 정책이 위기 극복의 역할을 주도하되 시장의 회복을 복원하면서, 정책과 시장간의 호흡이 적절히 피드백(Feed-back)이 돼야 한다는 것은 현실경험적이자 이론타당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과연 총재가 말하는 시그널이 무엇일지, 총재의 말처럼 시장이 놀라지 않을 시그널이 가능한지, 어떤 방식의 접근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따라 채권 주식 외환 등 금융자본시장에 참가하는 거래자나 분석가 등 전문가들의 머리도 한층 복잡해 진 상황이다.
◆ 김중수 총재 7월 선언: "시장을 놀라게 하지는 않겠다!"
7월 금통위가 끝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결코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겠다"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9일 김중수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월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 향후 금리인상의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김 총재는 "지난 몇 달 동안을 보면 항상 사전에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시그널을 보내왔다"며 "시장과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김중수 총재의 이런 분명한 어조는 시장참가자들에게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총재의 발언 대로라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확보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으로부터 적어도 8월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이끌며 예상치 못한 금리인상에 놀란 시장을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참가자들의 머리는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추가로 어떤 시그널이 나와야 금리인상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인가는 물론, 통화정책 방향에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는 시그널이 과연 가능한 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금리정책은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얻는 효과도 있지만, 올릴 것이라는 경계감이 발휘하는 효과도 크다. 만일 시장이 놀라지 않을 만큼은 분명한 시그널이 사전에 전달될 경우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을 출렁이게 하는 정책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대다수 정책집행자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언제나 예외였다. "시그널을 보냈으나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것"이라고 응답하기 일수였고,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발언을 쏟아 시장을 헷갈리게 할 때면 "그게 잘 하는 것"이라며 존경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의 발언내용을 공개하되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것도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이나 투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베팅력에 휘둘릴 여지를 차단함으로써 '통화정책의 균형성과 중립성'을 보호한다는 것이 중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터이다.
◆ 금리조정, 실질적인 시그널이 가능한가?
문제는 어떤 식으로 시그널을 제공해서 시장이 놀라지 않게 하는가로 응축된다.
이번 금리인상의 경우 시장이 어느 정도 대비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당분간'이라는 문구의 삭제나 총액대출 한도 축소 등의 도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만큼 수단이 줄었다. 따라서 추가 시그널에 대해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엄연히 말하면, 이번에도 시장이 놀라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중수 총재의 발언 대로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느끼기에는 아직은 미약하거나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좀 더 강한 시그널이 있은 뒤 8월 인상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기도 했다.
물론 김중수 총재가 지난 4월 취임 이후 아직까지 시장과 제대로된 '소통채널'을 확보했다고 보기 이르고, 더욱이 '소통'의 기반이 되는 '신뢰'가 있었느냐는 데에 대해 이론이 분분한 터였다.
일부의 지적대로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하는, 또는 이번에 안올렸으면 크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등의 후일담을 뒤로 하더라도, 여하튼 이번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크게 호평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 호평의 근저에는 "이제서야 총재나 금통위원들이나 한은이 시장과 소통을 할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하는 반응이며, 그것이 "앞으로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 즉 신뢰를 얻게 되기 시작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예상을 깨고 7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그널 아니겠느냐"고 하는 얘기가 나온다.
대다수 시장참가자들 역시 특별한 시그널보다는 '경제지표가 곧 시그널이 될 것'이라는 데에 방점을 찍는 듯하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금리정책이라는 것이 올릴 것이라 경계감 때문에 효과를 발휘하는 측면이 더 크다"며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시그널을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중수 총재가 시그널을 주겠다고 했지만, 미리 어떤 신호를 준다는 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번처럼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며, 앞으로 더 나올 시그널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패를 다 공개하고 통화정책을 펴면 효과가 없다"며 "이성태 전 총재처럼 시그널을 줬지만 시장이 몰랐다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10회 연속 금리를 올린다면 뭔가 신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많아 봐야 3~4번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통화정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 역시 "시그널을 주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울 듯하다"며 "2/4분기 데이터가 나오고 유럽쪽 채무조정이 이번달 중에 결정 등을 보고 나서 8월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면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 김중수 총재의 발언이 분명 매파적(hawkish)이지는 않았고 본다"며 "8월 인상이 아니라는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을 단행한 게 이미 시그널"이라며 "다른 시그널을 찾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7월 금통위, 8월 금리인상 시그널 제공했나?
이에 따라 7월에 이어 8월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쪽으로 관점이 기운다.
그는 "시그널을 주겠다고 했지 8월 금리인상을 안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며 "2/4분기·상반기 GDP, 7월 물가와 산업활동동향, 주택담보대출, 가계부채 등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8월 연속 금리인상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선물사의 한 채권매니저 역시 "일단 분위기는 8월 인상이 물 건너간 것처럼 생각들 하고 있지만 8월 인상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나름 시그널을 주겠지만 해석이 갈리는 모호한 것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총재 말대로 시장이 놀라지 않게 명확한 시그널을 주게 된다면 앞으로 시장은 총재 한마디에 출렁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통화정책의 시그널이라는 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며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 봐야하는 문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총재의 사전시그널 발언을 들으면서 일부 수긍이 가긴 했지만, 솔직이 어떤 식의 시그널을 제공할 것인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명확한 시그널이라는 것은 추후에나 판단이 가능하다"며 "금통위 기자간담회 이후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는 시각들이 많이 있지만 그 또한 장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