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현대건설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인수를 준비하는 업계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 인수 시나리오로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으로 결성된 '범 현대그룹'의 연합전선 구축이 꼽히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현대건설, 현대家 품에 안길 듯
국내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매각이 다가오고 있다.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최근 국내외 주요 은행과 증권사ㆍ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2001년 그룹에서 워크아웃으로 인해 계열 분리된 현대건설의 매각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5일 현재 현대건설의 주가는 5만9800원으로, 시가 총액은 6조6591억원 가량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할 때 현대건설의 매각가는 3조 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의 매각가인 6조5000억원이나 그 당시 매각가격으로 추정됐던 7조원에 비해서는 현저히 줄어든 가격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수준의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그룹사는 국내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해 현대건설 인수는 참여업체가 수의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범 현대그룹에서도 '종가(宗家)'로 꼽히는 만큼 현대가가 되찾아와야 한다는 의지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범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여론적 명분도 함께 얻고 있다는 점도 인수 시나리오의 한 요소다. 실제로 지난 정권과 현정권의 현대건설 범 현대그룹 인수에 대한 시각이 크게 변했다.
지난 정권시절 채외환은행 등 권단은 현대건설 워크아웃에 현대그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범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는 이 같은 입장이 바뀌었다. 2008년 이후 채권단은 '범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언급해 범 현대가의 현대건설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내고 있는 상태다.
또한 대우건설과 쌍용건설 인수 등에서는 활발히 나섰던 LG그룹, 롯데그룹, 동국제강 등 非현대그룹의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도 현대건설 인수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관심 꺼리다.
이들 그룹사들은 현대가가 여전히 재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감히' 현대건설 인수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범현대가 연합 현대車·현대重 주축
故정주영 명예회장 사후 계열 분리된 현대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 정몽근 명예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 그리고 故정몽헌 회장의 아내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등 네 그룹군의 범(凡)현대그룹으로 분류된다. 이중 현대건설 인수에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을 제외한 세 그룹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현대건설인수 의사를 천명한 곳은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하나 뿐이며 이 외에는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KCC그룹이 공식적으로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표면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들 그룹은 공식적으로도 현대건설 인수 의향이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했으며,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위해서도 2조원 이상을 투입해야하는 만큼 현대건설 인수는 다소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 인수를 앞두고 현대건설 인수 불참을 표명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또 현대엠코라는 계열 건설사를 가진 현대차그룹 역시 표면적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해야할 필요성은 없다.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는 2002년 창사 이후 그룹 관계 공사만 추진해오다 지난해부터 업계 5위권 도약을 선포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영역 확장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북사업 중단에 따라 자금 문제에 적신호가 켜져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요구를 받고 있는 현대그룹보다는 현대중공업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서 더 유력한 후보군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대가에 있어 적통(嫡統)을 주장하는 현대차그룹의 성격 상 현대건설 인수는 자연스런 장자의 의무이자 권리일 수도 있는 만큼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매각 시나리오로 범현대가의 연합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모두 현대건설 인수를 않는다는 공식 표명에도 부합하며, 무엇보다 실리보다는 명분이 앞서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꿈 이룰까?
업계에서는 범현대그룹 연합전선에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현대중공업그룹, KCC그룹 등이 합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의 참여부분이다.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정몽헌 회장의 사후부터 줄곧 현대건설 인수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해왔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가 본격화될 올초 현정은 회장은 시무식을 통해 다시 한번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는 최근 까지도 철저하게 현대건설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그룹과 다른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기존까지 현정은 회장은 범 현대가에서 배제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로 2006년 벌어진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매입에 대해 현 회장 측은 '적대적 M&A'라며 현대중공업그룹에 강도 높은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보장해주면서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공동 소유'하는 형태의 인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정(鄭)씨 현대의 연합은 유력해졌다"며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과 이들 정씨 현대가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