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FIFA 랭킹 105위의 나라가 44년만에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에 출전해 FIFA 랭킹 1위이자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과 맞붙게 됐다. 불 보듯 뻔한 결과일 것이라며 외신들은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브라질의 상대팀은 "우리는 산책하기 위해 남아공에 온 것이 아니며, 결코 우리 팀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라며 투지를 보였다. 바로 북한 축구대표팀 정대세의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정대세 선수가 경기에 앞서 감격의 눈물을 짓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찡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더 북한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게 됐고, 경기를 보지 못한 국민들은 다음 날 북한 축구대표팀이 세계 1위의 브라질을 맞아 선전을 펼쳤다는 소식을 듣고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감동의 물결이 일었던 것은 바로 스포츠의 순수성과 한민족이란 동질감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 북한 선수, 대한민국법상 우리나라 국민일까?
정대세 선수는 재일교포 3세인 만큼 논외로 하더라도, 실제 북한에서 나고 자라 월드컵경기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다른 북한 선수들은 대한민국 국민일까? 답이 쉽지 않은 이유는 북한지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이 약 60여년 가까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북한법에 따라 북한국적을 가진 여성이 중국으로 탈북해 조선족 남자와 결혼한 다음 중국여권에 30일짜리 방문비자를 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식당과 여관등지를 돌며 불법체류하게 됐고, 그러던 중 남자는 폭행사건으로 사망까지 하게 됐다. 홀로된 여성은 강원도 화천에 사는 친척을 알게 돼 그들과 함께 여생을 마감하기로 하기로 하고, 몇 달후 경찰서에 찾아가 귀순의 의사를 표한다. 하지만, 경찰관서 및 출입국관서에서는 위 여성을 불법체류외국인으로 보고 강제퇴거명령을 하자 이에 불복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국적을 취득해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북한의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은 자라 하더라도 북한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국가단체나 주권을 법리상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여성은 대한민국 국민이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누1221 판결)'라고 판단했다. 이에 맞추어 국회에서도 1997년 1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 남북관계의 이중성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해 대한민국의 주권이 '한반도 전체' 즉 남한 뿐 아니라 북한에 까지 미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위 판결 또한 이러한 영토조항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며, 이론상으로는 '미수복지역론, 유일합법정부론, 구한말영토승계론 등'이 위 영토조항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난 1991. 9. 17. 우리나라나 북한이 동시에 유엔(UN)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별개 국가로 인식되고 있으며, 헌법 제4조에서도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해 마치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것처럼 돼 있다. 양자간의 조화로운 해석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지난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현 단계에 있어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우리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으므로, 전자를 위하여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의 시행으로써 이에 대처하고 후자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의 시행으로써 이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헌재 1993.07.29, 92헌바48)'라며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밝히고 있다.
요즘,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 오~ 대한민국, 오~오~오오오'라는 응원가가 곳곳에 들리고 있다. 불고기를 좋아하고 우리나라 가수를 좋아한다는 정대세의 글을 보면서 귓가에 맴도는 응원가는 '오~ 대한민국, 하나된 함성'이다./ 변호사 임상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