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연쇄 인터뷰] 은행들이 외형은 파죽지세로 키웠지만 이자 마진을 비롯한 이익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고 건전성·자본적정성과의 조화를 이루기가 지난하기만 하다.
여기다 핵심인력 노령화와 경쟁격화에 직면해 전략적 비용절감의 묘를 찾는 동시에 해외진출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여념이 없어 이미 은행경영은 종합예술에 견줄 만하다.
은행업의 근간과 공공성에 충실하면서도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현장 CEO의 고뇌와 모색 그리고 남다른 실천을 살피는 값있는 자리에 7주년을 맞은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 뉴스핌 독자들을 초대한다.
- 개인고객 1000만명 개막·순익 1조원 이상 목표
- 인도네시아 은행인수 위해 15개 안팎 분석 착수
- 아파트값 급락 중소기업에도 악영향 대응책모색
▲ 지난 21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용로 행장(왼편)과 본지 정희윤 금융부장이 본지 창간기념 CEO 인터뷰를 갖고 있다.
[대담=정희윤 금융부장, 정리=한기진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쾅’하는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중소기업 몰락 쓰나미 위기감이 극치를 이루자 어김없이 대출확대 미션이 닥쳤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기존 대출도 회수할 조짐을 띠며 긴박감이 짙어질 무렵, 전혀 다른 결단을 내린 뱅커도 있었다. 멀쩡한 기업마저 쓰러지지 않게 급한 불은 꺼야 한다 싶었다.
“누군가는 소방수 역할을 해야 했고 기업은행이 마땅히 해야 했어요.”(회상)
기업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대출 순증액 18조원 가운데 10조4000억원을 차지 57.8%에 이르렀다. 올해 1/4분기엔 은행 전체 순증액 3조3000억원 가운데 2조 9000억원으로 87.9%를 감당하는 독보적 역량을 과시했다.
중소기업 자금난에 대처하는 윤용로(尹庸老) 기업은행장의 결정은 이렇듯 과감했다.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의 역할에 대한 그의 신념도 확실히 드러냈다.
윤용로 행장은 “힘들 때 기업은행이 나서야 했다. 지난 50년간 쌓아온 중소기업금융 노하우와 전문성을 믿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윤 행장은 말문을 열자마자 기업은행 소방수 역할론을 설파하는가 하면 곧이어 “에프터 서비스(After Service)가 필요한 시기”라며 중소기업금융 전략과 은행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 중소기업을 애프터서비스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작년은 (생존)급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출을 크게 늘렸지만 올해부터는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고 경쟁력있는 기업을 선별해 지원할 겁니다. 지난해 위험징후기업 300개를 면밀히 분석해 90개사를 워크아웃 또는 퇴출에 처한데 이어 올해도 위험징후 600여 개사 가운데 엄밀히 따져 워크아웃으로 살릴 곳은 살리고 정 안되면 퇴출시킬 계획입니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기업을 도려내는 노력을 먼저 하는 게 출구전략에 앞서 취해야 할 대비책이 될 수 있죠. ”
- 구조조정을 실시하면 은행에서 밀려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텐데요.
“아니죠. 동시에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구직난을 덜어주기 위해 잡월드를 시행하면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죠.”
- 중소기업부실화와 더불어 우려를 낳고 있는 게 아파트가격 하락인데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도래하고 있고 베이비붐의 은퇴시기나 100%에 근접한 주택보급률 등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중장기 전략에 반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 수준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중입니다. 문제는 그 영향이 가계부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
- 부동산 거품붕괴가 가계부문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건, 다른 경제주체도 위험하다는 의미인가요.
“거품붕괴는 가계부문의 실질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기업부문의 성장과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편중된 익스포저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 개인금융 보완전략을 시행하는 겁니다.”
- 기업은행이 개인금융을 강화하자 일각에서는 본연의 역할에 어긋난다는 비판으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만.
“한마디로 중소기업금융을 보다 잘하기 위한 기반이 개인금융 강화입니다. 정부의 지원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중기지원을 통한 경기조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인금융기반이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 중기 대출재원을 개인고객의 예금으로부터 조달하는 거죠. 기업금융에 편중된(8대2) 자산구조는 태생적으로 위기시에 취약하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라도 개인금융확대가 필요합니다.”
- 올해 주요 경영목표와 중장기 비전은 어떻게 구상했습니까.
“중소기업대출을 8조원 늘리는 등 대출을 12조원 증가시킬 겁니다. 예수금도 12조원 가량 늘릴 겁니다. 당기순이익은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개인고객 수 1000만명 시대를 열게 될 겁니다. 지난해는 897만명이었죠.”
- 순이익 규모를 증권가의 기대와 마찬가지로, 은행 내부에서도 높게 보고 있군요.
“(웃음) 자산규모가 커졌는데 순이익 증가가 뒤따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거죠.”
- ‘아시아지역 중소기업금융 선도은행’을 비전으로 내세웠는데, 국내 중소기업금융에 특화된 게 기업은행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어려운 점도 있는 것도 같습니다.
“중소기업이 많이 나가있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확장하고, 현지 기업들에게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시아 중기금융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수를 위해 15개 정도를 물망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고,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정치가 안정되면 유망하다고 봅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기획재정부에서 선정한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어떤 의미인지요.
“국책은행이면서도 사실상 시중은행이라는 특수성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거죠. 시장에서 남들과 똑같이 경쟁하라는 겁니다. 결국 정부나 주주, 직원들 모두 기업은행의 미래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고. 은행의 미래를 그려보는 데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윤용로 행장은
윤용로 기업은행 은행장은 1955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서울 중앙고와 외국어대를 졸업하고 87년 美미네소타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재무부를 시작으로 재정경제원과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치면서 금융과 경제정책 전반에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재무부와 재경원 시절 국세심판소와 국고국, 이재국, 국제금융국, 금융정책국에서 일했으며, 2002년 금감위로 자리를 옮겨 대변인과 감독정책2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금감위 부위원장(차관급)으로 재임 중 2007년 12월 제22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