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당국에 반하는 인물 추천 어렵다” 비판
[뉴스핌=한기진 기자] 은행권 사외이사제도(1998년 도입)가 손질된 때는 2002년 4월, 2010년 어제(25일) 등 두 차례.
처음에는 비판을 받았던 규정이 은행법 개정 때 삭제했고 이번에는 규정이 되살아났다.
여기서 묘한 우연이 드러난다. 삭제와 추가의 과정을 겪었던 대상이 같은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주주 추천에 의한 사외이사후보 선임’이다.
그렇다면 삭제된 이 조항이 부활했으니 과거와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묘한 결론이 도출된다.
과거의 문제란 관치(官治)였으니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속셈도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 사외이사 후보 주주추천제 주주권익 대변 못하고 들러리 일쑤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통과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는 ‘일정한 기준 이상의 소수주주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모범규준 제9조제5항)’고 했다.
소수주주란 과거 6개월간 계속해 0.5%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자다.
은행연합회는 “아직도 이사회의 중심인 사외이사가 독립성 및 전문성이 떨어져 대주주 및 경영진을 효율적으로 견제하지 못하고, 자기 권력화의 문제가 지적되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 제기됐다”고 했다.
연합회 설명과 달리, 이 제도는 주주의 권익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했고 경영진 견제에도 실패했던 제도다.
은행법에 사외이사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년 1월.
당시 법 제22조는 비상임이사(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수의 과반으로 하고 비상임이사 후보는 주주대표가 70%, 이사회가 30%를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주주대표의 참여비율을 법령으로 정함으로써 사실상 특정 주주에게 사외이사 지명권을 주는 규정은 회사법의 일반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2002년 폐지됐다.
근본적인 이유는 관치금융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행 제도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와 사외이사의 최소비율만을 규정하고 있다.
◆ 현행 제도에도 존재, 당국 눈치 때문에 사문화
게다가 현행 제도에는 주주가 원한다면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상법 제542조의8(사외이사의 선임) 제5항은 1%(대형 상장회사의 경우 0.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반드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주총회에 추천하도록 돼 있다.
또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가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상법 제542조의7(집중투표에 관한 특례)에 따라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시행을 요구하면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제도는 활용되지 않고 있다.
0.5% 혹은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 이들이 감독당국의 의사에 반하는 후보를 추천하기는 어려워서다.
한 외국계 은행 고위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은 전통적으로 현지 정부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주주가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국내 금융 풍토상 주주대표성을 강화하기 보다 선임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할 통로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 모범규준이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이 자기권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는다.
그럼에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금융당국이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살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모범규준의 토대를 만든 이병윤 금융연구원 금융회사경영연구실장은 “주주의 사외이사후보 추천은 현재 상법에 있는 제도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했다.
◆ 3년 동안 3/5물갈이 되는 사외이사들이 CEO견제 한다고?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기준은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강제적 기준과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자율규제 형식을 내세우며 원칙준수•예외공시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하지만 과연 감독당국의 의지를 거스르고 예외공시를 할 은행이 있을지 극히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외이사의 임기 및 재직기간 (각각 2년 이내 및 5년) 제한과 신임사외이사 선임비율 설정 (매년 1/5 이상) 문제를 지적한다.
자칫 장기 재임하는 CEO에 비해 임기가 줄어든 사외이사들의 CEO 견제 기능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은행장의 임기가 3년인 상태에서 사외이사의 임기만 2년으로 단축시키면 임기에 차등이 생기고 사외이사의 1/5를 매년 신임 사외이사로 교체 선임하게 되면 은행장 취임 후 선임되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늘어나 은행장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실장은 “은행들의 의견이 반영된 자율규정으로 (강제성 있는)법과는 다르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