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에서 펀드를 가입했으나 사후관리 등이 불만족스럽다면 B은행, C증권사 등으로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계간 치열한 경쟁이 다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정책당국은 이로 인해 판매사들이 펀드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판매보수를 낮추는 등 투자자 편익이 증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 중심에서 자산관리영업으로 전환은 물론 나아가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온라인 종합경제신문 뉴스핌(www.newspim.com)은 4회에 걸쳐 펀드이동제가 성공할 것인가와 증권업계의 대응, 투자자들이 고려할 사항 등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뉴스핌=문형민 변명섭 조슬기 기자] 펀드이동제를 앞두고 증권업계가 분주하다. 어떻게 기존 펀드고객을 지키고 동시에 은행 보험 등 타금융권 및 경쟁사에서 고객을 유치할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전략을 짜내고 있다.
하지만 펀드이동제가 활성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제도의 취지와 달리 펀드이동 붐이 불기에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내부적으로 복안을 갖고 있으면서도 추진은 타사 상황과 시장 흐름을 보면서 좇아가겠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 "적극적으로 판매사를 바꿀 유인책이 없다"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통신사를 바꾸는 것은 통화품질 등 서비스의 차이도 있지만 신형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거나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펀드이동제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유인책이 없다. 아직 판매보수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 않다. 증권사들은 애프터서비스의 차별성만을 강조하는 형편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자산관리 시스템을 새로 만들거나 정비하고, 관련 인력 및 조직을 만들었다. 리서치센터와 리테일 영업망도 다시 추스리는 중이다.
주식형펀드 환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판매사를 바꿀 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정길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펀드라는 재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효용은 높은 수익률"이라며 "판매회사가 제공하는 '판매 후 서비스'는 부수적이고, 판매사를 변경한다고 해서 핵심적인 효용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판매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번은 판매사를 직접 방문해야하는 것도 활성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
펀드판매사를 이동하려면 우선 기존 가입한 판매사에서 계좌확인서를 발급받아야한다. 이는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변경하는 판매사에 직접 찾아가 변경신청 및 펀드를 변경받을 계좌 개설해야한다.
이 때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투자자정보 및 투자적합성에 대한 확인과 계좌개설을 해야만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 판매사들이 기존 고객을 순순히 놓아주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펀드이동이 가능하려면 옮기려는 판매사에 똑같은 펀드가 존재해야한다. 기존 판매사 창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펀드 이동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
◆ "단독판매사 펀드 제외된 것도 한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5일부터 시행되는 1단계에서 이동이 가능한 펀드는 총 2226개다. 전체 공모펀드 5746개의 38.7%에 불과하다. 금액으로는 116조원(지난해말 기준)으로 전체 공모펀드 214조원의 약 54%다.
해외 주식형 펀드를 비롯해 역외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 엄브렐러 펀드,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 등은 전산시스템과 세제 문제 등으로 인해 1단계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단독판매사 펀드가 제외됐다. 단독판매사 펀드란 판매사 한 곳에서만 팔 수 있는 펀드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에서만 팔도록 운용사들이 펀드명 맨끝에 'K'를 붙여 별도 클래스를 만든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권에서 판매된 펀드 중 판매사가 단 1곳인 펀드 잔액은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총 2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의 판매잔액이 15조원 가량이다.
한 증권사 금융상품팀장은 "펀드이동제의 핵심은 펀드판매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나 사후관리가 미숙한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옮기는 것"이라며 "단독펀드를 제외함으로써 실제 이동할 수 있는 펀드 규모도 크게 줄고, 펀드소비자들의 권익도 줄었다"고 비난했다.
◆ "장기적으로는 증권사에 유리"
단기적으로 펀드이동제가 활성화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의 편익을 증가시키고, 증권업계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권사들이 은행에 비해 지점 수나 규모 등에서 열세지만 판매 후 서비스에서는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펀드에 대한 전문성을 앞세워 환매시점에 대한 조언, 상품 교체에 대한 대안 제시 등에서 차별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
한 대형 증권사 마케팅부장은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에 특화돼있다"며 "은행의 PB들조차 주식에 대해서는 증권사 직원들과 얘기하기 때문에 펀드에 관한한 증권업계가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마케팅부장은 "지난 2006~2007년처럼 펀드 바람이 불면 기존 펀드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동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지금은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적극 알리며 준비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은준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판매사 변경 수요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펀드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것과 특정 증권사로 펀드 가입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변경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펀드이동을 통해 판매보수 수익보다는 고객 확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고객이 확보되면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ELS, 랩어카운트 등 대체성 고수익 상품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브로커리지 영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경영의 안전판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