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연초 일주일째 하락하며 장중 1110원대까지 추락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선 지난주 초 외환당국의 '구두개입'과 '실개입'이 환율 급락에 '브레이크'를 건 이후 원/달러 환율은 1120원대가 강하게 지지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긴축 우려와 유로화 급락에 따른 달러강세가 재개되는 것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그렇지만 1120원선이 지지된다고 하더라도 1130원은 여전히 넘기 힘든 산처럼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급면에서는 연초 원화강세에 베팅하며 강력한 달러매도에 나섰던 역외세력이 최근 포지셔닝 거래를 자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래쪽에서는 수입업체들의 결제수요가, 위쪽에서는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대결하며 수급이 대략 균형상태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상승 혹은 하락세를 견인해줄 이렇다할 모멘텀을 찾지 못하며 1120원대에서 7거래일 연속 등락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9일에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24~25원 사이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좁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1120원대 지지부진한 공방..왜?
연초 지난해 말 종가대비 50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외환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속도조절에 나서고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단기 지지선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아래쪽을 강하게 틀어막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긴축 가능성, 그리스 신용위험 부각에 따른 유로화 약세로 글로벌 달러가 최근 강세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추가 하락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은행의 윤세민 과장은 "연초 지나치게 급락한 것에 대한 부담감이 부각되면서 1110~1120원 레벨이 시장에서 지지선으로 봤던 레벨"이라며 "기술적인 지지선 레벨에 도달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선물의 변지영 연구원은 "연초 과도하게 하락세가 진행된 데 따른 피로감과 부담감이 상당 부분 누적된 상황에서 당국의 개입으로 1120원에서 환율 하락세를 제한하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본다면 글로벌 달러의 하락세가 유로존 약세와 맞물리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위쪽 트라이도 만만치 않다. 위안화 절상 기대감에 따른 아시아통화 강세 기조 지속 등 여전히 시장 전체적으로는 숏마인드(달러매도 심리)가 우세해 트렌드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변지영 연구원은 "중작기적인 환율전망이 숏이기 때문에 원/달러의 경우 상승시에도 강한 상승압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은 수입업체와 수출업체 간 수급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제수요와 네고물량이 1120원대에서 빼곡히 들어서면서 변동성 자체가 줄어들고 수급에 의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의 김장욱 과장은 "1120원대에서 결제수요와 네고물량 등 수급이 너무 촘촘히 위아래로 포진돼 있어 거래하기가 쉽지 않은 장"이라며 "현재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 수급이기 때문에 1120원대에서 당분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은행권이나 역외세력 사이에서도 거래를 통해 손익을 창출한 만한 여지가 줄어들었고, 이에 시장 참여자들이 위, 아래 어디든 방향성을 가지고 베팅하기에는 모멘텀 자체가 부재하다는 설명이다.
◆ 박스권 탈피 모멘텀 없나?
시장에서의 모멘텀 부재에 따른 1120원대 지루한 박스권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금일 씨티그룹을 비롯해 미국 실적발표가 재개되고, 오는 22일 외환동향점검회의가 예정돼 있는 점 역시 공격적인 포지션 플레이보다는 관망에 무게를 실어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박스권 전망에 힘을 실고 있다.
삼성선물의 정미영 리서치팀장은 "1120원 초반의 개입 경계감 유지되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 은행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적극적 포지션 설정을 유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최근 박스권 장세를 깰 만한 모멘텀은 무엇일까?
단기적으론 미국과 중국의 실적과 경기지표 발표다.
시장에서는 유로화와 엔화를 통해 아래쪽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기지표와 실적 관련 소식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주 미국 실적발표와 함께 중국 4분기 GDP를 시작으로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연초 중국의 제조업 지표 호조가 원화 초강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변지영 연구원은 "원화는 호주달러와 함께 중국 성장 수혜통화로 인식되는데 실적발표가 전반적으로 리스크 선호심리를 재개시키고 중국의 경기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환율하락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이전부터 지속돼온 이슈긴 하지만 중국 위안화 절상, 본격적인 출구전략 등도 시장의 균형을 깰 만한 파괴력 있는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큰 흐름상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이머징 마켓에서 아시아통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위안화 절상, 출구전략 가시화, 실적발표에 따른 악재들이 표면화되기 전까지는 1120~1130원 사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이 같은 박스권 장세가 장기전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딜러는 "그리스, 포르투갈 정도가 아니라 신용 관련해서 예상하지 못한 외부충격이 명확히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같은 시장 흐름이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