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공공연한 특정인 엄호에도 눈총
- "지배구조 흔들어 영향력 극대화 의도" 풀이
[뉴스핌=한기진 기자]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 CEO자리를 놓고 결전이 벌어졌다.
“인터뷰 불참”을 선언했던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방식 자체를 바꾸라’며 장외에서 언론플레이를 통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관(官)은 경쟁을 팽개친 후보를 위해 엄호사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CEO감의 자질을 심사하는 위원들을 향해 ‘너무 힘이 쎄다’며 압박한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금융계는 속이 편치 않다.
“판을 깨려 한다. 관치(官治)로 통째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오랫동안 지적돼 왔던 지배구조문제가 비판의 단초가 됐지만, 결국 이를 구실로 관이 영향력을 더 키우려 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금융산업을 보고 접근해야지 사람을 노린다면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우리 금융사의 교훈”이라고 했다.
◆ 민간 금융사 회추위 압박 연수합공 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장 선임 절차를 원칙대로 3일 진행했다.
단독 후보가 된 강정원 행장이 회추위의 인터뷰를 거쳐, 9명의 위원의 3분의 2인 6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으면 회장후보로 이사회에 추천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모두 진행된다면 회추위는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과 함께 CEO 선임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됐던 이철휘 사장이 문제삼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언론을 활용해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절차가 매우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투명성을 의심받는 현 사외이사 중심의 회장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중립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기업 임원 선임 절차 같은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원 행장에게 유리하게 회추위가 구성돼 있어 공정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가 내부적으로 수집한 인재풀에서 후보를 추려 자체 면접을 통해 결정하는 기존 선출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금융기관처럼 공개모집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내에서도 이 사장을 지원하는 듯한 소리가 많이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주주들의 권한을 대행하는 사외이사들이 지나치게 권한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강정원 행장을 직접 지목하며 “지배구조의 문제가 원인이지만 지분도 없는 CEO 한명이 오너처럼 오랫동안 은행을 경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사장이 회추위로부터 참가 요청을 받고 불과 10여일 정도밖에 자신을 어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은 당사자로서 억울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인터뷰에 불참하거나 장외에서 회추위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판을 깨자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
“이 사장이 위원들로부터 찬성표를 얻는데 어려워했다”라는 그의 지인의 말로 볼 때, 이 사장의 머릿속에는 불리한 판세를 뒤집을만한 카드를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정해진 규칙을 바꾸려는 그의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회장 선임 당시 강정원 행장이 다소 우세였다가 황영기 회장이 등장하면서 재투표 끝에 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황영기 회장이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훌륭해 위원들에게 점수를 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강정원 행장이 만약 당시에 지금의 이철휘 사장처럼 대언론 영향력을 활용해 "프리젠테이션과 같은 경영능력 검증에 직접적 연관이 약한 방식은 특정후보에게만 유리한 것"이라고 나섰다면 어떠 했을까”라는 반문도 금융계에선 흘러 나온다.
◆ 은행장 적격성 검토 등 21세기형 신관치 극대화 호시탐탐?
금융당국이 이 사장을 거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밑바탕에는 이번 KB금융 회장자리만 목적이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 관치를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거시건전성 감독강화 방안을 만들고 있고, 그 내용 가운데 은행장 적격성 검토까지 고려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은 은행장의 적격성을 감독당국에서 먼저 평가한다”면서 “국내에서는 몇 년전에 폐지했지만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 한 임원은 “완전히 자유화된 선진시장과 관치가 강한 국내 현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단정짓기 어렵지만, KB금융 회장의 공석이 해를 넘긴다면 이에 따른 경영권 공백 위험과 기회비용은 주주나 회사 임직원이 떠 안아야 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또 다른 대형은행 한 인사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대해 간섭을 할 권한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을 취했던 금융당국의 선진화 노력이 일장춘몽으로 그치고 있는지 아닌지 이번 사태 이후가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