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바로 아시아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약달러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미국 경제의 효율적 성장을 저해해 장기적인 불황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호랑이굴'에 들어간 오바마
이번 주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순방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달러화 약세가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만을 들어야 했다.
아시아에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자국 통화를 달러화에 연동해 놓은 국가들이 많다. 따라서 미국의 초저금리로 달러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이른 바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이들 국가로 달러화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그 결과 아시아 증시는 실적 면에서 미국과 유럽 증시를 크게 앞서고 있다. 상하이 주가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80% 가까이 상승했으며, 홍콩에서는 최근 아파트 한 채가 5700만달러에 매각돼 논란이 되는 등 자산가격이 치솟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투자자들은 가장 부패가 심한 신흥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새로운 중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다시 투자 열기를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13일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은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창 장관은 “자금이 모이는 곳이 바로 아시아"라며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 경제 펀더멘털을 넘어선 수준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장은 "FRB의 느슨한 통화정책이 ‘대규모 투기’의 주요 원인"이라 지적했다. 그는 "자산버블 문제와 글로벌 자본의 잘못된 배분 문제가 심화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닉슨 대통령 시절 존 코낼리 미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 "달러화 문제가 아닌 현지 경제의 문제"라는 식의 미묘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강달러'를 외치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원리에 입각한 외환정책'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이는 미국 정부가 약달러를 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4일 도쿄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글로벌 불균형 시정을 촉구하며 달러화 하락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달러화 헤지 수단으로 사용되는 국제 금 가격은 지난 16일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 핫머니 유입, 각국 규제강화 움직임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심각한 경제 정책적 실기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한 것이다. 즉 각국이 '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지난달 브라질은 외국자본 유입 통제조치를 취했고, 지난 주 대만은 외국인투자자들이 대만 내 정기예금에 예치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밖의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신흥국가들에서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들 국가들이 "미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절하해 다른 국가들의 수출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 시점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면서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 주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방문 시 듣게되는 메시지다.
중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화에 대해 안정적으로 유지해 수출 경기를 지속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현재 위안화 평가절상을 노린 핫머니가 지속 유입되고 있다.
중국은 결국 위안화를 절상토록 결정할 가능성도 있으나 너무 빨리 평가절상하게 되면 중국경제의 회복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만약 "이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있고 버냉키 연준 의장이 아무 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 약달러 지속시 美 장기 인플레 '역풍'
아시아에서 자산버블이 형성되면 결국 미국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1997년 아시아 통화 위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미국이 증가하는 부채 부담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 고의로 위안화 통화 가치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란이나 북한 핵에 대한 평화적 해결 협력문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한 국가가 통화가치를 낮춤으로써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다른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생산성은 향상되겠지만,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아시아 각국의 삶의 질은 상승하지만 미국의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이는 1970년대 닉슨 행정부 당시 코넬리 재무장관 재임 당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던 예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달러 약세를 불안해 하는 아시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연준이 미국 뿐 아니라 달러화를 주요 통화로 활용하는 국가들 전체를 위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오바마 행정부와 연준에 "경제적 왜곡과 금융 리스크를 줄여 글로벌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한 통화정책을 운용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