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주요 거시지표들의 개선과 함께 증시의 회복세 등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시점과 방법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싣고 있지만 각국 정부는 당분간 부양기조 정책들이 유지되어야 하며 출구전략 시행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런던 회의를 통해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확고해질 때까지 이례적인 확장 정책들을 지속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경제가 회복된 이후 정상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G20 재무장관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지원을 통해 규모와 시기 순서 등을 고려한, 협력적이고 공조된(COORDINATED) 출구전략 원칙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국가별로 정책 회수 과정에서 시기와 규모, 순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 출구전략의 전제조건은
전문가들은 각국이 출구전략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소비 등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출구전략의 전제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미국의 회복은 다른 이머징국가들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간 부문이 극히 취약하다는 점에서 조급한 정책 회수들은 오히려 또다른 경기하강 국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지난 9일자 칼럼을 통해 "부양책을 회수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울프는 문제의 핵심이 펀더멘털에 있다고 강조했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근원적인 요인은 이례적인 통화·재정 정책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취약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출구전략에 앞서,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중앙은행과 장기적으로 재정건전화 책임에 대한 믿을 수 있는 공약, 과거 서구의 고소비 국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글로벌 수요의 리밸런싱(rebalancing)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각국의 출구전략 논의동향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은 출구전략 시점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기 출구전략을 준비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1년까지는 실업률 상승과 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확장적 정책들을 조기에 회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적완화 등의 일부 유동성 조치에 대해서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이유로 점차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지역은 다수 국가들이 경기부양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출구전략 논의 필요성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영국은 고든 브라운 총리가 출구전략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한편에서는 금리인상 등 정상화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소비지출과 실업률이 회복세에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역시 기업지원 프로그램의 연장 등이 재정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탈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출구전략 시점은 향후 경제추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런민은행(PBOC)는 이완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출위험을 조절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런민은행의 발표에 대해 시장은 중국이 회복속도에 맞추어 정책들을 다소 정상 기조로 변경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 합동출구전략, 가능할까?
앞에서 언급한 합동출구전략과 관련해 지난 2일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공조된 출구전략을 진행하는 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이트너는 "각국의 부양 정책이 필요한 만큼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공조 전략이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출구전략의 공조가 이행될 수 있을지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별 경제 상황과 경기회복 정도에 차이로 인해 정책 회수의 실행시기를 두고 국가별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영국과 미국에 비해 출구전략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선탈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스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담후 인터뷰에서 부양책 회수는 시기 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독일 정부는 출구전략 논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투자자들의 우려로 인해 정부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장기 금리가 상승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은 성급한 출구전략은 아직 위험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현 시점에서 부양책 회수는 글로벌 경제를 다시 침체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스리 물라니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성급한 정책 회수가 낙관론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출구전략 시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G20 회원국이 출구전략을 공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오트마 이씽은 글로벌 출구전략의 공조 시도는 '실수'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이씽은 로이터 TV와의 인터뷰에서 "각 나라별로 경제 여건이 다른 만큼, G20 국가 수준에서의 출구전략 공조 방안은 환상이자 불필요한 것"이라며 각 국가별로 정책 회수 방법과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간 정보 교환은 중요하지만, 각자 떠안고 있는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지는 각 국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