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리먼의 붕괴 이후 자금시장의 이 같은 고색창연한 그러나 핵심 작동기제들이 거의 얼어붙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불쑥 등장, 금융 대격변의 위협 요인이 됐다.
이들 지표로 보면 전례없는 악화 일로를 걷던 자금시장의 상황은 리먼 파산 1년 만에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리먼 사태 이전의 느슨하고 손쉬운 대출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자금시장이 새로운 '정상(normal)' 여건을 찾아가고 있으며, 아마도 리먼 사태 이전이 지금와서 보면 '비정상(abnormal)'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 TED스프레드, VIX 등 생소한 용어가 헤드라인을 장식
리먼 파산을 전후해 런던은행간제시금리를 뜻하는 리보, 그리고 3개월물 초단기 재무증권과 동일만기 리보의 금리 격차를 뜻하는 TED스프레드가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따라 나왔다.
자금시장은 리먼의 붕괴 직후 위기의 중심이 됐다. 개인들에게는 아직 모호하기만 한 이 시장은 사실 금융시스템의 기능작용의 핵심이었다. 은행들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대출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 상환용 자금조달을 위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풍부한 신용 자원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은행간 대출시장이 얼어붙으면 수많은 은행들이 정상적인 단기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붕괴할 수밖에 없다. 또 유동성의 고갈은 다양한 자산군의 가치 하락 소용돌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자금시장에는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리보는 전 세계 단기 금리의 주된 비교 기준으로, 현재는 1년 전 리먼이 붕괴될 때와는 정반대로 달러나 유로 그리고 파운드화 리보가 연일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유지되고 있고 또한 금융부문에 계속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란 정책적 의지가 명화갛기 때문에, 앞으로도 리보는 사상 최저치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리보와 기준금리 전망과의 관계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데도 리보가 상승하면 이는 은행권에서 현금을 축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올해 8월에는 리보/OIS가 20bp 미만으로 축소됐고, 최근에는 15bp까지 떨어졌다.
한편 은행의 대출 의지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진 TED스프레드는 지난 해 10월 460bp 수준까지 확대되었다가 올해 7월말에는 2007년 3월 이후 처음 30bp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TED스프레드는 20bp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다.
◆ 위기 전으로 돌아간 지표들, 그러나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실제로 자금시장의 여건은 이들 지표가 보여주는 것만큼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시장 여건이 금융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수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터뱅크 브로커인 ICAP의 돈 스미스(Don Smith)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자금시장 여건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시장의 개선을 이끌기 위해 중앙은행의 존재가 막대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 단기 및 중기 대출을 제공하는 식으로 효과적으로 개입, 시장이 계속 기능하도록 만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 자산의 규모는 1조 달러 미만에서 2조 달러를 뛰어넘었다.
또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했으며, 연방준비제도와 영란은행(BOE) 등은 소비를 부양학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까지 구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1% 금리에 4420억 유로를 은행들에게 대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금시장의 거래 규모는 매우 낮고 여전히 종별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이 자신들이 빌려주는 거래 상대방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고, 그래서 대출 기간은 초단기로 이루어지고 있고 상위와 하위시장 사이의 스프레드는 여전히 큰 상태.
게다가 은행들은 재무여건 개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자금을 비축하여 이 중에서 매우 큰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대출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앱솔루드스트래티지리서치의 이안 하네트 전무이사는 "아직 시장의 완전히 정상화된 것이 아니라고 보지만, 과연 정상이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네트나 다른 경제전문가들은 오히려 2007년 신용 경색이 발생하기 전의 너무나 손쉬운 신용 여건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고 본다.
그 동안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막대한 경기부양 노력 그리고 납세자의 돈을 투입한 금융권 구제 등으로 위험 보유성향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
지난 해 가을에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면서 달러화나 엔화의 가치가 급등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이후에는 위험보유성향이 강화되면서 달러화가 수세에 처했고 글로벌 증시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난 해 가을부터 전체 시장의 침체를 주도한 것은 금융업종주였으나, 올해 3월 이후에는 이들이 회복세를 이끈 일부 요인이 되기도 했다.
앞서 하네트는 "금융부문에는 사실상 공짜로 자금이 투입되었고 이것이 먹혔다"면서, "수익률곡선 기울기가 크게 가팔라졌고 은행들이 고통스럽지만 점차 자본력을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중앙은행에 예치한 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출하기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