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사태는 흔히 과거 자동차 경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에 비유된다. 자동차 경주는 규정을 바꿈으로써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규정을 바꾼다고 해서 일거에 위기가 쉽게 해결되거나 재발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 리먼 사태의 교훈.. 규제 강화 필요성 절실
현실적으로 리먼 파산의 교훈은 규제를 강화해 금융 위기를 막는다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 정부가 대형은행의 몰락을 방지하고 구제금융 제도의 성공적인 도입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리먼 사태로 인해 추가적인 금융기관 도산 위기를 빠르게 짚어내고 이를 방어해낼 수 있었다.
영국의 폴 마이너스 금융서비스 장관은 "영국 금융기관들에게 살아남고 싶다면 사업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규제를 유럽 전역에서 확대 실시해야 한다"며 "이제는 이론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가장 단순한 구조만이 복잡한 문제 해결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라 말했다.
런던의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의 패트릭 버킹엄 변호사는 "리먼 파산의 복잡성 문제로 인해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지배구조 단순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리만의 파산을 글로벌 금융의 커다란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지난 4월 금융 감독과 규제의 강화에 합의한 바 있으며, 리만 파산 1년 뒤인 이달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다시 만나 은행의 자본 강화 방안를 놓고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정상들은 공개적으로 금융 개혁이 너무 느리거나 소극적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전세계의 공통된 금융 감독 시스템 구축 주장은 이미 에너지를 고갈한 상태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모든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규제 변화에 대한 토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모든 교훈들이 새로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반영된다 해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 1조달러 수업료 지불.. 금융시스템 전체 감시
그렇다면 각국이 리먼 파산과 이에 따른 금융 위기로 부터 배운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G20 각국은 금융위기로 인해 총 1조 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을 수업료로 지불하고, 현재는 시장과 금융 기관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G20은 은행들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예비 자본을 보유토록 하고 있고, 신용 평가 기관의 규제를 원하고 있다.
또 헤지펀드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은행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너스를 억제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회복세로 인해 개혁의 시급성이 흐려지고 있는 모습이다. 리먼 사태에서 배웠던 위기 해결과 재발 방지의 교훈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예컨대 EU는 전체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기관인 유럽시스템리스크이사회(ESRB)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EU 지도자들은 ESRB가 문제 발생시 각국의 주권을 넘어서는 구속력있는 규제 조치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단순 감시 수준에 그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다가오지 않은 경제 위험을 사전에 감시하는 방안을 놓고 연방준비제도(FRB)의 역할에 대해 열띤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버드 법학대학원 국제금융시스템 분야를 가르치는 헐 스콧 교수는 "미국의 규제 시스템은 무질서한 상태이고 개혁안도 부분적이다"며 "하지만 그것마저도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스콧 교수는 "구조 개혁이 달성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절한 규칙과 잘못된 시스템의 만남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국가별 이해관계 제각각.. 합의도출 쉽지 않아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 기관의 파산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의 구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된 요인은 국내 채권자가 해외 채권자보다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 각국은 세부 사항에 대해 일일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적인 사업구조를 가진 글로벌 은행의 경우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무엇보다 국가별 세제 및 규제의 차이를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데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자의 이해관계와 제도상의 차이는 국가별 양보와 협조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과제라 할 수 있다 .
영국 런던의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의 파트너인 사이몬 글리슨 변호사는 "글로벌 은행 파산에 대비한 특별한 법제도의 필요성은 누구라도 공감하고 있다"며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성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다른 규제 개혁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은행의 최소 자기자본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의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유럽 국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젤2" 규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사실상 변경하자는 주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유럽의 강력한 저항에 굴복해 미국도 바젤2 도입을 재확인하긴 했다. 하지만 은행 자본규제의 강화가 전반적인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3 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또 새로운 내용에 대한 세부 내용 합의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수많은 나라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은행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 한도 제한 문제 조차도 각국은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 완화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규제 강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규제가 약한 쪽으로 은행들의 자금이 새나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리만 파산의 교훈은 글로벌 수준의 일반화할 수 있는 규정이라기 보다는 국가와 지역 수준의 규제 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보완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감독 당국은 금융 기관의 부실로 인한 손실을 억제하고 피해가 전세계로 파급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을 공조하는 쪽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개혁 노력이 은행의 파산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그로 인한 충격의 크기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