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경영현안도 문제였지만 세계 경제가 향후 2년,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IMF위기를 한차례 겪어 본 터라 봇물처럼 경제위기론이 터져나왔다.
재계 주요기업들은 작게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지급되던 문구용품 중단부터 크게는 임직원들의 대규모 임금삭감까지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주요기업들의 경영현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재계 서열 톱클래스 기업들 일부는 분기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화색이 돌고 있다.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여럿이다.
때문일까. 삼성전자가 졸라맸던 허리띠를 일부 풀고 있다는 소식이다. 2/4분기 연결기준 매출 32조5100억원, 영업이익 2조5200억원의 깜짝실적을 연출하며 경영환경이 조금 나아졌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8월부터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교통비와 저녁식비를 비상경영 체제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임원들도 6시간 이상의 비행거리 출장에는 비즈니스석을 다시 타도록 허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야근에 따른 저녁식비와 교통비 지급을 중단했고, 임원들도 해외출장에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지침이 내려져 있던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긴축경영과는 무관한 문제라 허리띠를 푼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잔업 등을 줄여보자는 취지의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진행했던 것인데, 사원들 입장에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일부를 푼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들의 경우도 타이트한 출장일정에 피곤함을 호소해 장거리 출장에 한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다록 했다는 설명이다.
아무튼, 삼성전자의 이런 작은 변화에 부러움의 눈길이 모아진다. '역시 재계 서열 1위'라는 찬사(?)를 보내는 재계 관계자도 있을 정도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을 포함해 30위권 탑클래스 기업들 대부분이 여전히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깜짝실적으로 요즘 주식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A그룹 한 관계자는 "우리는 올해 초 세운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작지만 직원들의 규제를 풀어주는 걸 보니 솔직히 부럽다"면서 "하지만 우리 회사는 올해 연말까지 연초 세웠던 정책에서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그룹 중견 간부도 "실적이 좋던 아니던 지금까지 회사생활하면서 비상경영이 아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직원들 문구용품까지 윗선 전결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 회사로서는 삼성전자가 부러울 따름"이라고 푸념했다.
삼성전자의 작은 변화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행복바이러스'로 옮겨가길 바라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