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급 80만원, 엄격한 기준충족 때나 인센티브 수천원
[뉴스핌=배규민 기자] 일자리 나누기로 청년 인력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동시에 사회의 어려움을 분담하자는 취지로 확대 채용한 인턴들에게 무리한 영업실적을 할당,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6월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로 세일즈인턴 100명을 고용했다.
인턴기간 1년 동안 근무 우수자에게는 정규직 채용 때 가점을 주기 때문에 선발 당시 1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는 선망의 자리였다.
SC제일은행은 당초 이들 인턴을 채용하면서 2주 간 은행 업무 지식에 대한 교육을 시킨 후 영업점에 배치, 영업점에서 2주간의 현장연수를 거친 후 업무를 시작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턴직원들이 은행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신분불안 공포에 저비용 마케팅 수단 전락 자괴감까지
익명을 요구한 한 인턴직원은 “2주 동안 예금, 적금, 카드 등 판매해야 하는 상품 내용에 대한 교육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은행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습득은 커녕 마케팅 노하우도 배우지 못하고 영업 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 관계자는 “2주간 은행 업무 지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영업점에 배치돼 현장 연수를 받는 일정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업점에서 창구 업무나 직원들의 서포터 업무를 비롯해 세일즈 인턴에 맞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떨어진 영업 목표량은 가혹한 수준이다.
2주안에 신용대출 2건, 입출금예금 3건, 신용카드 신규 3건, 인터넷 뱅킹 신규 신청서 4건, 텔레뱅킹 신규 신청서 2건 등을 달성해야 한다.
신용대출의 경우 몇몇 정해진 상품 중에서 2건 이상을 해야 하거나, 입출금예금의 경우 가족은 제외되는 등 각각 목표도 상세히 규정돼 있어 목표량을 달성하기가 더욱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 500만원 적금예치, 그것도 잘해야 인센티브 2000원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적을 다 채워도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월급은 채 90만원을 채워 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인턴들은 기본급 80만원에 능력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지만, 한 건당 부여되는 인센티브가 적게는 1000원, 많아야 5000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예치금액, 예치기간, 평잔 등 상품별로 기준(표 참고)을 만족해야 받을 수 있다.
가령 1000만원의 모기지를 예치하더라도 3가지 세부기준 중 하나에 해당돼야 5000원을 받을 수 있다.
500만원의 거치식 예금을 유치했을 때에도 1년 이상 예치라는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2000원의 인센티브를 겨우 받는 정도이다.
다른 시중은행에서 활동하는 인턴들이 은행 업무 교육 또는 취업준비 수업만 들으면서 받는 금액이 80만원에서 12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노동 착취에 가깝다.
SC제일은행 또 다른 한 인턴 직원은 “식비와 차비 등 영업하러 다니면서 쓰는 비용이 월급보다 더 많다”면서 “이렇게 죽도록 일만 하다가 잘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현재 전국 영업점에 배정된 인턴은 약 70명이다. 상품 교육을 하는 2주 동안 이미 30명의 인턴들이 그만둔 실정이다.
◆ 한국에서 일그러진 글로벌 메이저 금융그룹 이미지
물론 세일즈 인턴 역시 은행직원으로 등록돼 있어 마케팅 활동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할당이 과도하게 주어져 과열 경쟁이나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등 물의를 일으켰을 때 문제 제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턴을 채용하는 것은 실적을 올리거나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마케팅에 활용한 목적이었으면 처음부터 세일즈 직원을 뽑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양산과 소모품화 논란이 뜨거운 한국사회에서 공공성 기대치가 큰 은행이 택할 길은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직도 근무 중인 인턴들의 속사정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한 인턴은 “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했다는 경력이 나중에 취업할 때 좋을 것 같다”며 “지금 와서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한 인턴의 경우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가 없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은행측에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니 열심히 일해라는 말만 반복해 답답하다”며 깊은 한 숨을 토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