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원/달러 환율은 1230원 하향 돌파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강력한 지지선'이라는 사실만을 확인했다.
1230원이 좀처럼 쉽게 깨지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1230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는 이른바 '개입설'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 1250원 아래로 떨어지자 다시 외환당국의 개입선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개입설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동안 1230원선에서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다르다. 조만간 전저점인 1230원 하향 돌파가 가시화될 것이다"라는 시각이 시장에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 전저점 1230원이 갖는 의미는?
지난해 10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국내시장도 위기의 중심에 서며 초토화됐다.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을 거듭하며 1600원선 근처로 치솟았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 100원 이상 급등락하는 등 부침이 심했다.
지난해 9월까지 1000~1250원 사이에서 등락을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이후로 상승추세로 진입했다.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2일 장중 1597.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하락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1230원대에서는 강하게 지지되면서 1230원 하향돌파에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 5월 13일 장중 1229.00원을 기록하며 잠시 1230원을 하회한 적이 있지만 종가기준으로는 지난 6월 3일 기록한 1233.20원이 올해 최저점이다.
지난해 10월 14일 1208.00원을 기록하며 마감한 이후 9개월 넘는 기간 동안 1230원은 뚫을 수 없는 '철옹성'과 같은 의미였다. 최근 몇 달 동안 1230~1280원 레인지가 지속되면서 박스권 상단을 일시적으로 이탈한 적은 있었지만 하단은 어느 무엇보다도 견고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1230원대에서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 하향돌파 가능성↑…당국 개입이 변수
외환 전문가들이 어느 때보다 이번 하락장세에서 전저점인 1230원 하향돌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근거는 무역수지 대폭 흑자 등에 따른 수급개선과 증시랠리, 아시아통화 강세 등이다.
우선 지난 6월 무역수지는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규모인 7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올들어 6월까지 누적 무역수지도 사상 최고치인 216억 달러다.
또한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180억달러보다 110억달러 증가한 29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유동성만 보면 무역수지, 경상수지 쪽에서 달러가 넘쳐난다"며 "채권시장 쪽으로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 정도의 자금유동성이 들어오는데 수급에서 버티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증시가 23일 10개월만에 15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랠리도 1230원 하향돌파에 우호적인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위기 이후 900선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9월 25일 종가기준으로 1501.63을 기록한 이후 장중 1500선을 돌파하며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도 7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2조7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하락압력이 거센 상황.
삼성증권의 전승지 연구원은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시가 랠리를 지속하면 전저점 테스트를 할 것으로 본다"며 "워낙 증시가 강헤서 긍정론이 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시아통화 강세도 환율 하락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류현정 부장은 "현재 외부여건은 이미 원/달러 환율의 전저점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인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통화 강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다. 1250원선 아래에서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이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이 주춤한 모습이다. 또한 미국 CIT그룹 파산 및 국내외 증시 급락 등 돌발변수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류현정 부장은 "외환 당국 개입이 가장 큰 변수고 주식시장 동향은 시장 내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심리가 어떻게 바뀔지가 주요 관심대상"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김장욱 과장은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시장에서 그 부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당분간은 1250원 부근에서 횡보장세를 이어가다가 호재와 악재가 나오는 부분과 맞물리면서 아래 혹은 위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당국 개입수준 아니다" 주장 제기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환율 하락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현재 환율수준에서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통상적으로 당국의 1230원 개입설은 수출효과를 염두해 둔 것인데 지금 수준에서 개입하는 것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내수와 물가에 악영향만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다.
임노중 이코노미스트는 "1250원 아래에서 정부가 환율하락을 방어하는 것은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현 수준에서 환율을 방어한다고 해서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의아스럽다"고 평가했다.
환율을 지지하는데 따른 수출효과보다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나 내수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09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 하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1202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경상주시가 흑자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국제자본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국내기업의 해외차입이 재개되면서 국내외환 수급사정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