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업환경이 좋지 못한 탓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경제회복을 위한 대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안할 수도, 그렇다고 무리한 투 자를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는 게 재계 복수의 관계자 얘기다.
정부의 친기업정책은 사실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 경제회복을 앞당기겠다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발목을 잡는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대변 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였던 부분에 대해 규제를 풀어주고, 그에 상응한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친기업정책 기조를 유지한 지 1년이 넘도록 기업들의 투자는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7월 초 전경련이 조사한 '30대그룹 투자·고용 실적 및 계획'을 보면 올해 상반기 투자는 전년동기(38조7000억원) 대비 15.7% 줄어든 32조6000억원 정도다. 투자가 이러니 고용도 비슷한 상 황이다.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은 전년동기 대비 32.6% 감소했다 .
상황이 이쯤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단적으로 이 대통령은 이번 달 들어서만 대기업들의 투자를 촉구하는 공개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으니 기업들이 과감하게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라는 게 주요 골자다.
정치권도 대기업들의 투자활성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세금 부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 법인세나 소득세 등의 세제 혜택을 약속하는 대신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백용호 현 국세청장의 인사에 담긴 숨은 뜻이 바로 삐딱선(?) 타는 기업들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도 있을 정도다.
아무튼 주요 그룹들이 투자계획을 꺼내놓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을 비롯해 30대그룹 대부분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거나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투자규모를 늘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울며 겨자먹기식'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재계 한 고위 인사는 "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 추진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기업들까지 등떠밀리 듯 투자 의사를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는 당연히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분이지만 곶간을 잠가야 하는 기업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투자라는 방향에 대해 갈길은 정해져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업들도 여러 곳"이라면서 "좋은 실적을 올린 기업들도 막상 속을 보면 대외적인 환경이나 내부적인 예산절감 노력 등으로 서프라이즈한 것이지 정말 장사 잘했다고 말할 만한 곳은 몇 안된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의 투자는 비단 해당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의 요구처럼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경제위기로 움츠렸던 기업들이 상황이 좀 나아졌으니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맞다.
다만 여론몰이식 압박으로 자칫 산업계의 투자를 이끌어내 경기 회복기에 또다른 그늘을 만들지 않을 것인지 꼼꼼히 점검해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