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금 사정이 개선됐는지 여부를 두고 한국은행과 시장 참여자들이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외화대출금리와 외화스왑포인트, 은행권의 해외채권 발행 상황 등을 볼 때 외화자금 사정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산업은행, 부산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자체 노력으로 해외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고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외화자금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이 기사는 11일 오전 9시 9분에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또 작년과 비교할 때 외화대출금리와 경쟁입찰 외환스왑포인트가 하락하거나 소폭 오른 것도 개선 이유로 꼽았다.
반면 시장 거래자들은 이와는 다른 생각이다. 단기쪽 외화사정은 그나마 괜찮지만 장기 이상은 이전과 비교해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의 해외 차입이 성사되고 있지만 가산금리가 500bp 안팎이어서 조달금리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또 통화스왑(CRS) 금리 역시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 달러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도 한은의 판단과 배치되는 점이다.
◆ 한은, 외환자금상황 '확실히' 개선
한국은행이 외화자금 사정이 개선됐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크게 세가지이다.
우선, 국내 은행이 해외 채권 발행을 잇따라 성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부산은행은 4개 유럽계 은행에서 만기 1.5년으로 모두 2억달러를 차입하기로 했다. 금리는 라이보(Libor)에다 3.4~5.9%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앞서 우리은행도 유럽계 은행으로부터 라이보에 3.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해 1년만기로 1억달러를 차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3일 ING은행으로부터 1년 만기로 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역시 지난 1월 각각 10억달러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했고 이외 다른 은행들도 외화차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많지는 않지만 국내은행들이 해외차입에 성공하고 있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외 한-미 통화스왑 계약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작년 12월부터 실시한 외화대출의 금리가 많이 하락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12월 2일 최초로 실시한 외화대출에서 금리는 6.8398%였으나 이달 3일에는 1.3160%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만큼 달러 자금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
3개월 외환스왑포인트를 봐도 상황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경쟁입찰 외환스왑거래를 실시한 때만해도 스왑포인트는 마이너스 3~4% 수준을 나타냈으나 최근에는 마이너스 0.6% 수준으로 마이너스 폭이 상당부분 개선됐다.
무역수지가 지난 3월 33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3월에는 흑자규모가 35억달러 정도 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외화시장에 상당히 긍정적인 뉴스다.
한은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번주 외화대출과 경쟁입찰 스왑입찰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외화유동성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장 관계자, 차이없다 vs 개선됐다
외화자금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며 내놓은 한은의 근거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차입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라이보(Libor)에 얹어지는 가산금리가 500bp 안팎으로 너무 비싸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금융기관에 따라 가산금리 수준은 다르겠지만 외국계은행의 경우, 가산금리가 10~20bp 정도인 경우도 있는 반면 국내 기관은 차입 자체도 힘들고 차입이 되더라도 가산금리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10일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월 5년물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라이보에 가산금리를 625bp를 줘야하지만 지금은 500bp면 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싸늘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산금리가 500bp 라는 게 과연 싸다고 말할 수 있냐는 거다.
외국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환당국은 외환자금사정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 특별히 달라진 걸 느낄 수 없다"면서 "국내 은행의 경우 해외차입을 하기도 어렵고 차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산금리가 500bp 안팎 수준인데 그걸 보고 차입여건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3개월 만기 외환스왑포인트가 작년 마이너스 3~4% 수준에서 최근 마이너스 0.6%수준을 나타내고 있지만 1년 이상 통화스왑(CRS)금리를 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1년만기 CRS금리는 10일 0.5%로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2월 동안은 거의 마이너스, 3월도 9일까지는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했다. 달러수요가 더 많은 것이다.
증권사의 스왑 담당 관계자는 "외화자금 사정이 개선됐다면 CRS가 계속 하락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초단기 자금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외화자금 사정은 아직도 '살얼음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을 달리하면 상황은 개선됐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약 2주 전 3월 대란설이 일어나고 투신권의 롤오버로 달러 자금 수요가 폭증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다른 외국계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에 따라 외화자금사정이 개선 여부가 다를 수 있다"면서 "3월 대란설이 한참 불거지고 결제수요로 달러자금 수요가 폭증했던 2주전과 비교해 보면 외화자금 사정은 전 부분에 걸쳐 개선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