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취임 이후 동유럽 금융위기와 씨티 등 미국 대형은행의 부실 우려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신흥국 달러 기근 현상까지 맞물렸다.
윤 장관은 취임식때부터 시장신뢰를 최선의 정책기조로 앞세우면서 시장을 누구보다 존중하는 입장을 취하려 애쓰고 있다.
이런 연유로 시장은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달러화 매수 요인에 급격하게 반응했고 당국에 대한 경계감은 이전 강만수 장관 때에 비해 덜하게 됐다.
최근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의 스탠스를 분석해보면 환율 상승에 크게 제동을 걸지 않고 시장에 맡기되 1600원은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증현 장관은 최소한 시장에 무모하게 뛰어들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환율 상승을 지나치게 방치한다는 비판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 고환율 용인? "환율 잘 이용하면 수출에 도움"
윤증현 장관은 취임식 때부터 줄곧 환율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외환시장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지난달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윤 장관은 "한국은행과 긴밀히 협조해 외환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가지는 않는다"는 말로써, 급등하는 외환시장에 잠시 제동을 거는 언급을 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 환율의 급등세가 멈추지 않자 기획재정부와 윤증현 장관의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는 조짐이 보였다.
지난달 23일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를 허물 수 있고 환율 급변동시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선다는 입장에 변화없다"는 말을 하며 환율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윤증현 장관은 25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환율 문제를 통해 수출 발전에 동력되는 요인 등이 위기타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증시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로 돌아서지 못한 채 소폭의 조정에 그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이달 들어서는 첫 거래일에 전날보다 36.30원 급등한 1570.3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고 장중 1596원까지 오르면서 1600원선을 위협했다.
이날부터 당국의 개입은 본격화됐다. 이번달 2일과 3일 합친 급액으로 총 15억 달러 규모의 달러매도 실개입에 나서면서 1600원선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극명히 드러냈다.
윤증현 장관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한창 진행중이던 3일 오전 "동유럽과 미국 등 국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 흐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환율이) 한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며 달러 매도 개입에 힘을 보탰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3일과 4일 이틀연속 조정흐름을 보이면서 시장에는 1600원 부근이 단기고점이라는 인식이 각인됐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외환당국이 1600원선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시장에서는 1600원 부근에 갈수록 달러 매수세를 급격히 줄이는 방향으로 흐름을 바꿨다"고 표현했다.
정부가 1600원선을 저지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당분간 금융불안 속에서도 이 선을 쉽게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환율 상승 양면을 봐야, 정부 개입 한계 인식 필요
글로벌 금융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전체적인 수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는 원화의 평가절하가 가격경쟁력을 그나마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윤증현 장관이 환율이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 상승을 방치하면 수입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하고,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악순환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단기외채와 장기외채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합한 것을 말하는 유동외채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1940억 달러에 이르고 외환보유액 대비 비율로 따져보면 96.4%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환 부담이 없는 외채를 빼고 계산하면 유동외채 비율은 77%까지 줄어들지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롤오버' 가 최소한 얼마 정도는 될 것이라는 안이한 예상 속에 정책을 수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외신들이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이 투기 세력에 취약하다는 점을 여러차례 드러냈고, 수치상으로 보이는 단기외채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불안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2000억 달러를 겨우 지키고 있는 현재의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정부의 개입 능력은 최소화돼야 하고 수출 경쟁력을 위해 환율 상승을 무조건 방치할 수 만은 없다는데서 정부는 혼란을 겪고 있다.
윤증현 장관도 이러한 대외 요인들을 감안해 외환시장 불안요인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씨티은행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로서는 현재 외환시장에서 개입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정확히 얼마인지에 관해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고 언제든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