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온라인 경제통신사를 지향하는 뉴스핌은 막힌 돈줄을 풀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돈이 돌게하자'는 주제의 캠페인성 신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돈이 돌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화 및 재정공급 확대도 필요하지만 시장기능을 살려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부와 시장이 힘을 합쳐야만 정책효과가 빠르고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핌은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번 신년기획의 제1부에서 '회사채시장을 살리자'에서 1년 가까이 마비상태에 빠져있는 회사채시장을 살릴 것을 제안합니다. 회사채시장이 살아서 기업들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2부는 '은행 자금중개 氣를 살려라', 3부는 '기업 상생경영으로 위기 넘자'입니다.
뉴스핌이 기획주관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돈이 돌게하자' 신년기획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기획·주관: 뉴스핌

후원: 금융위원회

[돈이 돌게하자] 3부 기업 상생경영으로 위기 넘자
(1)자금난에 신음하는 기업들
[뉴스핌=김종길기자] "시중 부동자금이 500조원에 달하고 정부가 계속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데도 정작 기업들은 심각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딘가가 막힌 거죠” 경기도 안양 소재 A사 김 모 사장의 말이다.
금형기계 수출을 통해 지난 2007년 수출액 480억원을 달성했던 A사는 최근 지분 일부를 경쟁업체에 넘겨야 했다.
주요 수출선이던 미국 업체가 무너지면서 월 수출액이 20% 이상 줄고 새 금형 개발을 위해 은행 대출을 신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당시에는 부채도 적었고 신용도 좋고 이율은 올라도 대출이 가능하리라 생각해 장비를 들여왔다 큰 손해를 입었다"며 "급하게 신청한 정부 정책자금 역시 집행이 늦춰지면서 불가피하게 지분을 넘기고 자금을 융통했다"고 말했다.
◆ 없는 게 아니라 흐르지 않는 게 문제다
돈을 매개로 돌아가는 ‘경제’라는 시장에 자금 고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써야할 곳에 돈이 제대로 흐르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공급하는 유동성이 이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손까지 닿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후 정부가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은 22조원에 달한다. 또 정부는 사상 최저치 기준금리 인하, 대형SOC공사 조기발주 및 부동산 규제 완화 등 할 수 있는 모든 부양카드를 던졌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채권형 펀드, 은행의 요구불예금 등 소위 단기 유동성은 2월 중순 현재 모두 50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액수가 점차 늘고 유입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 담당자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나서서 연신 돈을 풀어대고 있지만 실물 쪽으로는 흘러가지 않고 금융권에 갇혀 있는 상태"라며 "특히 은행을 거친 돈이 MMF, CMA 등 초단기 상품으로 흘러들어간 뒤 이를 필요로 하는 현장으로 다시 흘러나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 역시 "있는 자금도 쓰지 않으려는 대기업들에게 자꾸만 자금을 비축하도록 부추기는 게 현 유동성 공급 체계의 문제점"이라며 "금융권, 특히 대기업 금융 계열사들이 현금을 풀어내지 않으면 돈맥경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어음결제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만 줄여도 시중의 돈맥경화 현상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MMF, CMA 등 초단기 금융상품으로의 자금유입 현상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이나 가계 등 실물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은행들이 대출 대신 단기상품에 돈을 묶어두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돈맥경화 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지금 상황 계속되면 대기업도 어려줘질 것"
하지만 대기업들은 자금을 사내에 쌓아놓고만 있고 금융권은 아예 돈을 풀지 않고 있어 돈은 있는데 돌지 않는다는 분석은 최근 상황에서는 절반만 옳은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보자금이 상당했고 이를 대형 M&A를 위한 실탄으로까지 생각했지만 최악의 4/4분기를 보낸데다 올해도 시황이 안 좋은데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있어 회전가능한 자금은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대기업도 지금 같은 상황이 더 계속되면 자금난이 닥칠정도로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은행 역시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장기 자금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적 일감 확보로 견실한 성장을 해온 대기업 협력사들은 최근 모기업이 어려워지자 직접 자금 확보에 나섰다.
반도체 후공정업체 A사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1억원, 49억원을, 반도체 설비업체 B사 역시 최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9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반도체 부품업체 C사도 이달 들어 자사 보통주 440만주를 처분해 자금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이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만큼 상황 악화에 대비한 자금 마련이 절실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렇게라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본사 자금난에 협력 부품업체들도 함께 고통을 받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납품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서 연쇄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 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한 GM대우차는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산업 우리 신한 외환 등 은행권과 맺은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한도) 12억5000만달러(계약환율 적용 1조4000억원)를 모두 인출했다. 2002년 GM에 팔릴 당시 은행들과 맺었던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 바닥난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8700여개에 달하는 GM대우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다. 이미 GM대우의 모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의 1차 협력사인 대구 소재 대신산업은 최근 협력사 최초로 부도 처리됐다. 협력업체 3~4곳의 추가 도산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위기극복 위한 협력 절실
물론 모든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매수세 덕분에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기업금융시장은 모처럼 웃고 있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지가 커지고 회사채에 몰렸던 자금이 증시나 부동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9%대까지 치솟던 신용등급 AA-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현재 6%대로, 최고점 대비 무려 1%p가 떨어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대기업들이 잇달아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은 지난 12일 각각 5000억원,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두산엔진은 최근 회사채를 통해 1000억원을 조달했으며 ㈜한화도 이달 중 회사채 2600억원 어치를 발행할 계획이다.
1차 구조조정을 마친 건설업계에서도 우량업체 위주의 회사채 발행이 시도되고 있다.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이 최근 각각 800억원, 2200억원, 1000억원 어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삼성물산도 곧 3000억원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손경수 동양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정부가 유동성을 대량 공급한 결과 고금리 상품을 찾던 개인투자자나 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을 통해 A등급 회사채가 소화되고 있다"며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상 회사채 수익률이 6%대 이하까지 떨어진다면 증시로 자금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역시 일부 우량기업들에 한정된 얘기다. A등급 이하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금리가 높고 매수세도 약해 자금조달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신용등급에 따른 자금쏠림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9개 시중은행들이 최근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6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만기를 1년 연장해주기로 한 것은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당국이 명확한 정책적 입장을 갖고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공급되도록 프로세스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또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뿐 아니라 고통 분담을 위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이해와 협력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