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관심을 끌었던 중국에 대한 정책적 비판은 그 수위가 현저하게 누그러져, 서방사회의 중국에 대한 지원 기대감를 드러냈다.
취임 초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했던 미국 재무장관은 오히려 "중국이 오늘날 국제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서방선진 7개국 재무장관들은 14일(현지시간) 채택한 공동성명서(Communique)에서 “우리는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정책 순위에 두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시급한 개혁과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한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추가 재정부양 정책들을 실시하는 데 있어 함께 행동을 취함으로써 개별 행동의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자국 고용시장과 부실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산업지원방안 등이 서로 간의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미국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은 단일 경기부양책에 그 동안 무역분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조항이 일부 예외 조항을 둔 채 그냥 포함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았으나, 선진국 간에는 예외 조항을 통한 '양해'가 이루어졌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 캐나다 및 일본과 유럽 4개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했고, 러시아는 참관국으로 참여했다. 중국과 인도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 외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유럽중앙은행(EC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도 모였다.
중국 등 주요국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때문에 선진국만으로는 글로벌 대책의 컨센서스나 실행 폭이 좁기 때문에, 이번 G7은 4월 열리는 G20 회담을 준비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대중 어조 완화.. 미국 '달래기' 나서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면서 그 동안 환율 조작국으로만 비난하던 중국에 대한 어조가 완화된 것이 주목된다.
이번 공동성명서는 "특히 중국이 재정 부양책과 함께 보다 유연한 환율로의 이행을 지속할 것을 약속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G7은 지난 해 4월 성명서에서는 중국의 환율 유연화 증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고 국내 물가 압력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실효환율 절상 속도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교역법에 의거해 재무부가 매년 4월과 10월에 두 차례 중국 등 몇몇 국가들이 환율조작국인지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G7 성명서의 기조를 보자면 올해도 중국에 대한 조작국 지위 부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G7 성명서의 거시경제 정책과 환율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지난 4월 성명서와 유사했다.
이번 성명서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국제금융시스템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재확인한다"면서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안정성에 부정적이며 계속해서 외환시장은 예의 주시하고 필요할 경우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거론 가능성이 제기됐던 파운드화나 엔화 관련 내용은 없었다.
이번 성명서 내에서 중국에 대한 태도 변화는 글로벌 경제에서의 중국의 위상이 반영된 영향이다. 특히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선진국만으로는 글로벌 대책의 컨센서스나 실행 폭이 좁기 때문에 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명백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이 “중국에 함부로 간섭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서방국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비판했던 태도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한 요인이다.
각국은 수출업계 지원을 위한 위앤화 평가절상 억제 움직임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으나, 최근 중국의 거센 반발과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중국의 중요성을 고려한 듯 어조는 많이 완화된 모습이었다.
조프리 유(Geoffrey Yu) UBS 소속 외환분석가는 "그 동안 환율 조작국으로 비난했던 중국에 대한 어조가 완화된 것이 기존 성명서와의 차별화로 보인다”며, G7 국가들이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를 타개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란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탱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프랑스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중국이 국내시장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고, 또 내수를 부양함으로써 글로벌 경기부양 노력에 동참한 것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 주요인사들 '공조' 촉구, 美 '바이 아메리카' 조항엔 양해
이번 회담에 미국 새 정부의 대표로 참석한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미국 재무장관은 "우리는 현재 수십년 만에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한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다. 경기침체 극복에 부합되는 수준의 개혁을 이루도록 각국 간 컨센서스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재무장관인 알리스테어 달링(Alistair Darling)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되고 이에 따라 대중의 항의시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한편, 자국의 기업들과 국민들을 보호하고, 더욱 심화되는 은행권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 간 공조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재무장관인 페어 스타인브뤽(Peer Steinbrueck)은 “대공황 당시의 암울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최대의 목표이며,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각국이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모든 가능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전했다고 성명서는 밝혔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참석자들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피력했으나, 선진국 간에는 일부 자국 산업보호 노력에 대해 '양해'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미국이 경기부양법안에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포함시킨 것이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내 자동차 지원정책 그리고 영국의 자국민 중심의 일자리 보호정책 등이 보호주의에 대한 불안감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의회를 최종 통과한 7870억 달러 규모의 단일 경기부양책에 '바이 아메리카' 조항이 포함되었지만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조달협정에 참여하는 EU 국가들과 일본, 캐나다 등은 이 조항에서 예외가 되도록 했다.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신흥국이나 제3세계와는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프랑스 정부도 국내 공장시설과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자동차 빅2인 푸조시트로엥(PSA)과 르노(Renault)에 5년간 30억 유로씩 지원해 주기로 하면서 EU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독일과 영국의 당국자들은 전 세계가 대공황 당시의 보호무역주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어, 런던에서 개최될 G-20 회담에서 국제적 금융구제 및 감독 기관의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재무장관과 이탈리아의 줄리오 트레몬티(Giulio Tremonti)를 비롯한 여러 재무장관들은 '바이 아메리카' 조항의 포함 소식에도 불구, 가이트너 장관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국제정부조달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발언한 데는 반가움을 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