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C등급은 피해갔지만 우량등급인 A등급은 받지 못한 B등급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간신히 C등급 판정을 면한 B등급사의 경우 은행권으로부터 C등급 건설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권은 B등급 건설사들에게 신규자금 지원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중견 D건설 임원은 “은행의 신규자금 지원 거부에 항의라도 하면 '등급 하향' 운운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건설기업이 금융권과의 협조 없이는 사업 수행이 어려운만큼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C등급 건설사들이야 채무 유예 및 대출전환이 가능하지만 B등급 회사들은 그도 아니면서 금융권 자금도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자금 압박에 미분양 물건이 많거나 PF자금 대출 규모가 큰 회사, 자금 흐름에 문제가 있는 B등급 회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공사대금이 밀려있는 경우가 문제다. 중소 건설사, 전문 건설사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건설사 입장에서는 신용위험이 B등급으로 결정된 상황에서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 잠재부실이 많다는 쪽으로 해석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B등급을 받은 S건설 임원은 “은행들이 기존 사업과 관련한 추가대출을 해주려 하지도 않고 비밀보장도 안될 것 같아 이율 차이를 감수하고라도 제2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다”며 “건설사 자금흐름상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안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B등급 건설사들의 불안감은 금융권 차원의 구조조정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는 데도 있다. 은행권은 2008년도 확정 재무제표 활용이 가능한 3월 중순께 건설 및 조선사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B등급 건설사인 J건설 관계자는 “유동성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C등급 업체와 B등급 업체가 똑같다”며 “추가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 우려섞인 주변의 시선 때문에 사업 수행에 애로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또 2차 구조조정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위권 이하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1차 구조조정 때의 C, D등급 판정을 면한 100위권 이내 건설사의 추가 도산 우려 역시 시장에 상존한다는 사실도 B등급 건설사들에게는 부담이다.
중견 M건설의 한 임원은 “C등급 기업은 이미지 손상은 있겠지만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대출원리금 상환유예, 이자율 조정, 신규자금 투입, 대출금 출자전환 등 혜택이 뒤따른다”며 “반면 B등급 건설사는 은행권의 별도 지원 없이 자력 생존해야 해 ‘차라리 C등급을 받은 뒤 심기일전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당초 C등급 업체로 분류되다 최종 단계에서 B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등급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B등급 업체인 동일하이빌은 최근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았다. 임원 20%, 직원 10% 급여 반납과 본사 지방 이전, 보유택지 매각, 임원용 승용차 처분 등 강도가 높다. 역시 B등급 업체인 K건설도 임직원 임금 삭감(직급별로 15%~30%)과 보유부동산 매각, 현장직원 감축, 고정비용 20% 삭감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1차 구조조정 때 비재무적 평가 기준 중 중요 항목이 ‘오너 및 임직원의 자구노력’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등급 재조정설마저 나오는 있어 자구를 위한 회사의 노력을 시장에, 특히 금융권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회생이라는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부실' 낙인이 찍힌 기업이나 피해간 기업 모두를 죽이는 구조조정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