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며 전세계가 장기 불황에 대한 불안감에 벌벌 떨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한 증권업계도 불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더욱이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한 달 여 앞두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던, 그래서 야심차게 준비해 온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바야흐로 2009년 새해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속에 수양과 모색이 절절히 요구되는 시기를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때인 것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와 불황 속에서 거품 해소의 과정에서 축소와 감량을 이겨내고 생존을 전략 삼아 재생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시절이다.
글로벌 위기와 새로운 전환의 시대! 증권업계는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 또 그 전략은 무엇일까. 금융자본시장 최고뉴스 뉴스핌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지략을 찾아보고자, 엄혹한 시절에도 불구하고 공감과 배려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모색과 시장 창출의 사명을 달성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증권업계의 현재를 담아봤다.《편집자주》
[뉴스핌 Newspim=김연순 이기석 기자] “위기에 강해야 진정한 최강자다. 그리고 아시아 대표IB로 거듭 나겠다”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으로 증권업계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삼성증권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가 증권업계의 화두로 부각되면서 수년간 보수적인 경영을 통해 위기에 강한 증권사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차별화된 경영전략은 증권업계에서 삼성증권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의 최종원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보수적인 경영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통법 시행 이후 예기치 못한 곳에서 손실이 날 수 있는데 삼성이 보수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통법 이후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증권은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가 불황으로 난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위기를 곧 기회로 인식, 탁월한 리스크관리로 축적한 체력을 바탕으로 '불황타개'를 외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보수적인 경영을 해온 만큼 향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여타 증권사에 비해 높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증권은 내년에 고객신뢰를 확보해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홍콩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 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글로벌 IB출신 우수인력을 적극적으로 충원, IB부문 사업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삼성증권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위기 때 빛난다
올해 하반기 일부 증권사들이 리만 브라더스(Leman Brothers)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다 대규모 손실을 봤지만 삼성증권은 관련 피해가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는 수년 전부터 철저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2003년 이후 주가연계증권(ELS) 영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고 특히 2006년부터는 자체 리스크관리 기준을 통해 신용부도스왑(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 500bp가 넘는 증권사의 파생상품은 ELS에 편입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PI투자는 610억원으로 가장 적은 편이고, PF관련 대출도 800억원 수준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하이투자증권의 김지영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은 사업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등을 고려하면 단기자금 압박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매우 적은 편"이라며 "PF 관련 대출이나 ELS 발행잔고도 회사 자본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지난 9월에는 선진형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 자통법에 대비한 종합 리스크 관리 체계를 완비했다.
선진형 리스트관리 시스템이란 트레이딩 회사 및 회사 자금조달을 위한 금리유동성 리스크관리, 신용리스크 관리,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거래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총괄한 개념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한화증권의 정보승 애널리스트는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채권 등의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한 대형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보수적인 기조를 갖는 삼성증권이 내년도 가장 기대되는 증권사"라며 "향후 투자 여력이 많고 삼성그룹의 지원도 있어 시너지(Synergy)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증권의 전략적 변화 I: 자산관리 선두주자 입지 강화
삼성증권의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은 전임 배호원 사장에 뒤를 이어 지난 6월 새로 취임한 박준현 사장(사진)으로 이어지고 있다.지난 1979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전략기획실, 재무기획팀장, 자산운용팀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친 전략통으로 알려지며 증권업계에 주목을 받게 된 박준현 사장 스스로도 보수성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 6월초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박준현 사장은 “예전부터 공격적인 운용을 자제하고 사내 리스크관리 역량 강화에 치중하면서 보수적이란 말을 들어왔다”며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란 단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준현 사장은 곧이어 “사람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로 리스크관리 역량이 강화된 만큼 리스크의 범위를 다소 넓힐 수는 있지 않겠느냐"며 ‘새로운 삼성증권’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임 배호원 사장이 ‘재무적 보수성’의 색채가 강했다면 박준현 사장은 ‘전략적 보수성’을 띤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2009년 이후 삼성증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명보험사 30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이전 삼성증권의 개인(PB)형 자산관리의 강점을 십분 살리면서도 기업형(IB)형으로 보폭을 점차 넓혀가려는 모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증권의 내년 사업전략을 보면 전 금융권을 망라한 자산관리부문 경쟁에서 확실한 선두주자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한눈에 들어온다.
삼성증권은 "내년에는 올해 금융위기 속에서 약화된 고객의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춰 각 부문의 제도정비 및 역량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고객접점에서 최고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고객군별로 채널망을 재정열하고 영업 프로세스를 선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새로운 변화의 모습이 두드러지며 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CMA카드와 잔고 내에서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삼성증권 CMA체크카드'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CMA 가입으로 3대 절세형상품인 장기주택마련펀드, 신개인연금저축, 장기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자동으로 투자할 수 있는 'CMA+절세팩'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CMA+절세팩은 기존 CMA에서 한 단계 진화한 상품으로, 재테크 허브 계좌라는 CMA 본연의 역할을 극대화 함으로써 업계의 단순 금리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조했다.
또한 삼성증권은 주식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임형 랩서비스(Wrap)를 주식과 채권, 대안투자, 현금 등 주요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자산배분 및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 SMA'도 내놓으며 선진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울러 불황 때일수록 더욱 PB들의 현장 활동량 증대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신규고객 개척을 위한 마케팅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삼성증권의 전략적 변화 II: 아시아 대표IB 본격 추진
삼성증권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수립한 해외전략은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에는 홍콩 거점을 육성하고 기반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준현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투자은행(IB) 부문의 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시장에 도전한다는 포부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지난 8월 홍콩에 아시아IB거점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고 이를 더욱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박준현 사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선진 이머징마켓을 대상으로 아시아지역 플레이어로 거듭날 것이며 이후 세계적인 IB들과의 경쟁에 나서겠다"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금융회사와의 M&A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이같은 삼성증권의 변화는 리스크관리를 철저해 안정적 성장의 기반을 다지며 지난 5년여간 개인고객형 중심의 자산관리 영업을 통해 수익기반을 확보했으나 향후 증권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한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박준현 사장의 ‘전략적 보수성’이 구체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삼성증권은 홍콩법인의 사업부문을 ▲ 기업금융(ECM, M&A) ▲ 트레이딩 ▲ 기관대상 홍콩 주식 중개 ▲ PI(자기자본 투자)등 4개 사업부문으로 확대하고, 법인장을 임원급으로 격상하는 한편 인력도 50명 이상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각 사업부문 책임자를 글로벌 IB에서 경험을 쌓은 현지 인력으로 영입하고 영업 자율권을 부여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홍콩IB 영업 지원을 위한 현지 리서치센터도, 내년 초 홍콩과 중국에 설립된다.
박준현 사장은 “아시아 시장은 미래 가장 중요한 IB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홍콩은 중국과 세계시장을 연결하는 채널로 글로벌 IB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며 “동남아 등 이머징 마켓에서 틈새를 노리기보다는 핵심시장인 홍콩에 한국 최초로 종합증권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IB와 정면승부를 통해 국제 경쟁력 확보 및 자본시장 글로벌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우선 진입 초기에는 국내 고객기반 및 리서치 역량 등 삼성증권의 강점을 활용한 IPO 공동 인수, M&A 자문, 트레이딩을 통해 현지 사업기반 조기 정착에 주력하게 된다. 현지 정착 후 홍콩 및 중국의 현지 딜을 단독 수행하며 아시아 주요 지역 진출 등 사업영역과 진출 지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내년 중 홍콩/중국시장의 현지 기관 브로커리지 영업부터 사업기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에 필요한 신규인력 채용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증권은 현재 홍콩에서 기업금융(ECM, M&A), PI(자기자본 투자)등의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지 구축작업(Set-up)을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에도 세계적 투자은행인 영국 로스차일드(Rothschild)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국제 IB부문의 공격적인 영업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준현 사장은 "M&A 부문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글로벌 IB와 전략적 제휴를 맺음으로써, 국내 시장은 물론 현재 홍콩에 구축중인 IB전문 거점의 역량 강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은 IB부문 전문가 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증권 고위 관계자는 "IB직급체계 및 성과보수 체계를 선진화하고 글로벌 IB출신의 우수인력을 적극 유치 중"이라며 "산업전문가그룹 등을 활용해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딜을 제안하는 능동적인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준현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홍콩을 발판으로 아시아 전체를 커버하는 대표적인 리즈널(regional) IB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내년 삼성증권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