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세계경제는 내년 하반기에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하락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주요국 당국자들이 "개선되기 전에 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주요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하반기 개선 전망을 확실한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 하강 속도는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을 소스라치게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일부 국가들이 아닌 전체 국가들로 경기침체가 확산되는 중이다.
◆ 내년 하반기 회복? 불확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는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부분 내년 하반기에 회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최소한 내년 하반기 이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 밖에 없다".
마틴 베일리(Martin Baily)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 경제자문역이자 현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경제분석가는 "내년 하반기 회복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스티브 리치우토(Steve Ricchiuto) 미즈호증권 뉴욕지사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연간 전망들이 틀리는 것은 악명높은 사실"이라는 것을 환기했다.
리치우토를 비롯한 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최소한 내년 5월은 되어야 2009년 중에 경기 회복이 시작될 것인이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현 MIT 경제학교수도 경제가 'V'자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대해 의문을 품는 대표적인 전문가다.
그는 오히려 경제가 미끄러지는 바닥을 가진 '욕조형(바닥이 넓은 'U'자 경기전망)' 움직임을 보이면서 세계경제가 쉽게 바닥을 딛고 올라서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계속 후퇴하고 있고, 대중들은 갈수록 더 많이 저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존슨 교수는 이에 따라 주요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경기가 한창 좋은 시절에 충분히 비축해두지 못한 까닭에 필요한 정도의 부양책을 제공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새로운 경기부양책 규모는 8000억 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 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및 1.5% 수준의 재정지출 계획을 제출했을 뿐이다. 독일은 국제적인 정책 공조 노력을 훼손할 수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슨 교수는 유럽권의 부양책에 대해 "부적절한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위험한 신세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경고음을 냈다.
◆ 미국: 견인력 발생?
미국 경제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식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것이 선언되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일부 체력을 회복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4/4분기에 연율 마이너스 6%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내년 1/4분기도 이와 동일한 수준의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 전망은 3/4분기에 제로 성장률을 기록한 뒤 4/4분기에야 비로소 약간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것이 대략적인 컨센서스.
하지만 앞서 베일리 교수는 상황이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고 해도 내년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깜짝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2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가 아무리 노력해도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며, 다만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일부 확신을 심어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경제가 실업률이 10%를 돌파하면서 내년 한해 동안 계속 침체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은 30%~40%에 이른다고 베일리는 말했다.
물론 경기회복 전망을 낙관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있다.
조엘 내로프(Joel Naroff) 내로프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의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경기하강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으며 따라서 내년 1/4분기가 지나면 회복세가 좀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즈호증권의 리치우토는 시장이 연방준비제도가 계속 돈을 찍어낼 것이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점에서 가장 큰 시험 무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가 제출한 약속에 따라 일부 채권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하락한 것을 볼 때, 연준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리치우토는 전체적으로 어떤 식의 전망이든 일단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40대의 미국인들이 20년간 모아둔 돈을 모두 날리면서 80세까지 계속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느끼는 시점에서 세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 유럽: 깊고 긴 침체
최근 유럽의 재계신뢰도나 PMI 제조업 및 서비스업지수는 모두 4/4분기 유럽 주요국 경제가 일제히 침체로 깊이 빠져들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4분기와 3/4분기 각각 0.2% 위축된 유로존 경제는 4/4분기에 0.6% 이상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이언 힐리어드(Brian Hilliard) 소시에테제네랄(SocGen)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신로지수나 생산 동향을 보면 4/4분기 GDP가 1% 정도 위축될 것이며, 내년 1/4분기도 이보다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업 설비투자 흐름이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내년 유럽 경제는 계속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식으로 주택 경기가 악화된 아일랜드나 스페인만이 아니라 독일과 같은 유럽 최대 소비국도 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조너선 로인스(Jonathan Loynes)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유로존 GDP가 1%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제출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아예 내년 유로존 경제가 2.5%나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월(Mark Wall)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은 정책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2010년에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통상적인 경기회복 때보다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 같은 경기 전망 속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2% 아래로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CB의 기준금리는 2.5%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 가운데 독일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는 1월에 가서 제2차 경기부양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향후 2년 동안 310억 유로의 재정지출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다른 유럽 나라 지도자들은 이 지출 규모를 더 크게 늘릴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영란은행(BOE)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따라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 같다는 전망 때문에 파운드화는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BOE는 10월 이래 5%였던 기준금리를 1694년 설립된 이래 최저치인 2%까지 인하했으며, 다음달 다시 추가적인 대폭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경제전문가들은 "깊고 긴 경기침체가 전개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BOE가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1%까지 인하하고, 미국 등이 채택한 별도의 정책적 대응이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주택거품의 붕괴와 금융권의 막대한 손실 때문에 영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하강 속에서 최악의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중이다.
로인스는 영국 GDP가 4/4분기에 최소 1%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약 2.5% 정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속젠의 힐리어드는 내년 영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1.5%를 기록할 것으로 봤으나, 하반기부터는 결국 대출 여건이 안정되면서 다소 회복조짐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제출했다.
◆ 아시아: '탈동조화'는 신화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아시아 지역 경제 역시 우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마틴스미스 경영대학원의 경제학 교수는 "그 동안 기대했던 '탈동조화(decoupling)' 전망은 신화라는 것이 판명났다"면서, "아시아 경제도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경제는 경기침체로 빠져들고 있고 한국 경제는 운이 좋아야 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 경제는 심할 경우 6%를 밑도를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브래드 셋서(Brad Setser) 미국 외교위원회의 중국 전문가는 글로벌 교역의 하강 추세는 이제 막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을 주기 시작했으며 2009년 거의 내내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경고를 내놓았다.
그는 "11월 지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빴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내수 경기 주기 또한 하강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다소 놀라운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보호주의가 대두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만약 중국이 자기 수출산업을 보호하려든다면 즉각 미국 의회의 적대적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