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국제적인 경기부양 노력이 세계경제의 숨통을 틔워주고 산유국이나 광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2009년 하반기에는 죽어가던 상품시장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2009년 상반기 상품시장은 2008년 하반기와 마찬가지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중반까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르던 일부 상품들이 가격은 너무나 급격한 폭락세를 보였고, 또 세계경제가 심각한 침체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 정도는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 수요가 영원히 줄어들 수는 없다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수요가 언제까지나 계속 줄어들 수는 없을 것이며, 결국에 가서는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오울 한센(Ole Hansen) 삭소뱅크(Saxo Bank)의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상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공급 제약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낮아진 상품 가격은 결국 "미래에 급격한 상승 위험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 상품 가격 수준을 보자면 과연 앞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올 것이라고 쉽게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가는 올들어 60% 이상 급락하면서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유가 하락 폭은 1980년대 초반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가 개시된 이래 최대 수준이다.
한때 공업과 건설업의 경제 바로미터로 간주되던 전기동(銅) 선물 가격은 50% 이상 하락해 온스당 1.30달러 선에 접근한 상태. 역시 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상품가격 하락세는 심지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선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귀금속 선물 가격은 8년 만에 첫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백금 선물의 경우 올들어 약 45% 급락했고 팔라디움의 가격은 53% 조정받았다.
JP모간체이스의 분석가들은 내년 전체로 보자면 상품시장은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생산용량 확장이 줄고 기존 설비도 가동을 중단하게 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앞으로 시장이 회복될 수 있지만 상품별로 그 회복세는 차별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원유 감산 영향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을 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주 OPEC은 내년 1월부터 일일 220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기로 했다.
이전 두 차례의 감산을 합치면 총 감산 규모는 일일 400만 배럴에 달한다.
한편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기존 생산설비 투자가 중단되거나 채굴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있다는 것이 또다른 공급 감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2009년 원유 선물이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70달러 사이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는데, 주로 글로벌 석유수요의 회복시점과 그 폭이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JP모간체이스는 OPEC이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낮은 유가는 수요의 점진적인 증가세를 유발할 수 잇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내년 상반기 평균유가는 65달러, 하반기 평균은 75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분석가들은 세계경제의 위축 양상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임스 윌리엄스(James Williams) WTRG이코노믹스의 에너지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경기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세는 추가적인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메릴린치의 전문가들은 내년 1/4분기 평균 유가가 배럴당 43달러 정도, 2/4분기의 경우 45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내년 세계경제가 1.3% 성장하는데 그치면서 석유수요가 0.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봤다.
메릴린치가 이렇게 전망이 어두운 것은 중국 때문이다. 내년 중국 석유수요는 일일 평균 22만 배럴로, 최근 5년 동안 일일 평균 50만 배럴을 소비할 것과 크게 대조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배럴당 200달러 유가 전망으로 유명한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 평균 유가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45달러 수준으로 낮춰잡았다.
◆ 국제 금 시세 반토막?
금 선물 가격은 내년에 더욱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이란 것이 원래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데 내년에는 물가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금 수요는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어도 금 선물은 계속 국제 상품가격 약세로 인한 매도 압력에 노출됐다.
더구나 펀더나 기관의 현금 확보성 금 선물 매도로 인해 10월 금 선물은 한때 온스당 700달러 선을 하회한 적이 있다. 3월 기록한 온스당 1000달러의 사상 최고치에 비해 30% 이상 조정 받은 것이다.
최근에는 금 선물이 다소 회복되면서 온스당 85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금 선물 가격이 내년 초반 몇 개월 동안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연말로 가면서 점차 상승세로의 전환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카엘 얀센(Michael Jansen) JP모간의 분석가는 "내년 첫 3개월 내지 6개월 동안은 인플레 위험보다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금과 은 선물 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온스당 650달러 선을 시험할 수 있지만, 상반기말까지는 700~750달러 정도에서 안정될 것이며, 하반기에는 800달러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금속 중에서는 전기동 선물이 내년에도 고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생산 감축 속에 하반기 수요가 증가할 경우 전기동 가격도 내년 후반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 같다.
호주의 농업및자원경제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6월말까지 자국의 전기동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수정했다. 내년 생산은 약 4% 정도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