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원형식 자금중개기관에 '대출'로 지원 … 외환위기 후 처음
- 한은 지원시,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 진입
[뉴스핌=김혜수 기자]한국은행이 정부가 은행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10조원 규모로 지원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한국은행은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받아 현재 금융위원회와 협의하면서 지원방법 및 조건 등을 검토중"이라며 "다만 이런 모든 사항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지원하는 형식은 대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산유동화법상 펀드의 차입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자금중개기관(SPC)이 설립되면 한은이 이 기관에 대출하는 형식으로 펀드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이 SPC에 자금을 대출해주면 이 기관이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자금을 투입해 펀드에서 은행의 우선주, 상환우선주,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을 사들이는 것이다.
◇ 지원형식 중개기관 통한 대출, 외환위기 이후 11년來 처음
만일 한은이 대출하는 대상이 SPC형태라면 한은법 80조가 적용된다. 한은법 80조는 '금융기관이 아니나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 등 영리기업에 대해 여신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SPC가 바로 이 영리기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 한은은 지금의 한은법 80조와 비슷한 조항을 근거로 종금사와 증권사에 증권금융과 신용관리기금에 대출을 해준 바 있다. 한은이 이번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지원하기 위해 SPC에 대출을 하게 되면 위환위기 이후 11년만에 영리기업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 등 영리기업'에서 SPC가 '등'에 포함되면 즉, 그 기관의 형태가 상법상 일반기업으로 결정되면 한은은 한은법이 만들어진 1950년 5월 5일 이후 처음으로 일반기업에 대출해주는 게 된다.
한은법 80조는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며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에 있어서 한국은행은 제79조의 규종에 불구하고 위원 4인 이상의 찬성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자로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 등 영리기업에 대해 여신할 수 있다.》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 한은 펀드 지원,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 판단 내려야
또 한은이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금융통화위원들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란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 판단이 내려져야만 펀드에 대한 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12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어진 여건 하에서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지금 상당한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통상적인 수단 그 이상은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비상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지금은 경계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이번에 한은이 SPC에 대출을 해주면 이성태 총재가 말한 것처럼 현 상황이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 비상사태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한은 내부에서도 현 상황이 아직까지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는 아니지만 통화위축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데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 상황이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라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통화위축을 우려할 만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 "경기부진이 신용경색과 맞물려 상승작용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파격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으로 은행채, CD(양도성예금증서) 등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신용경색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추세적으로 신용경색이 완화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신용경색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통화신용수축기를 금리수준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부진이 점차 심각해지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는데 이번 조치가 이런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지금 당장 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따라 BIS비율이 하락할 수도 있는 만큼 경기상황에 대비해 은행의 건전성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