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돈 달라는 요청은 많고 들어줄 것은 들어주는 데도 칭찬하는 사람은 없다. 할 일은 하는데도 그야말로 우군 하나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다.
한국은행을 오랫동안 지켜봐오고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한은이 놓인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 기사는 10일 오전 7시1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한은이 왜 이렇게 따분한 처지가 됐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적극성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전무후무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한은은 나름대로 할 일을 해왔다. 객관적으로 볼 때 정부 보다는 잘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10월이후 기준금리를 125bp나 내렸고 돈도 많이 풀었다. 공개시장조작의 한 방법인 RP대상 채권에 은행채 등을 포함시키고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돈도 풀기로 했다. RP를 통해 자금도 여유있게 공급하고 있다. 은행의 지준예치금에 이자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왜 잘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할까?
한 예를 들어보자.
한은은 기준금리를 4.0%로 대폭 낮췄다. 그 이유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춰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대출금리는 결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예컨데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91일만기 CD금리는 9일 종가기준 5.44%이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나 하루짜리 콜금리에 비해 무려 1.44%포인트나 높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낮아지지 않는 건 한은의 책임은 아니다.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은행들에 대한 신용도가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은행이 발행하는 CD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기 때문에 한은이 할일을 다했고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한은이 CD금리를 낮추려면 지금보다 상당폭 낮출 수 있다. 장기물 RP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RP방식을 통한 은행채 매입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된다. 그런데 한은은 제도만 만들어놨을 뿐 실제 행동은 적극적이지 않다.
은행들에게 돈을 지원해도 돈이 돌지 않고 은행의 배만 불린다고 한은 관계자들은 푸념한다. 일견 맞는 얘기지만 이런 얘기도 기업과 가계의 잠재적 부실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않은 데서 온 것이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건전해야 한다.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보루다. 보루가 무너지면 기업 구조조정을 이끌 수 없다.
또한 한은의 실무자들은 시장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지 않다. 시장이 무얼 원하는지, 은행들이 뭘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들어줄 건 들어주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시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반영하는 데는 두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번째는 실무자들이 알아야 한다. 전문성은 물론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문제를 인식하고 풀려는 적극성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시장에서는 한은 맨들에게서 이런 요소를 잘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은 내부에서 조차 한은이 줄 걸 다 주면서도 욕을 먹는 건 선제적으로 하지 못하고 시장에 떼밀려서 마지 못해 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곤 한다.
물론 한국은행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보수적인 가치는 충분히 존중돼야 하고 지금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한은의 이런 가치를 존중하지만 한은도 시장을 이해하는 전문성과 시장의 애로나 의견을 청취하는 적극성을 더욱 가져야 한다. 이것이 한은이 사랑받고 사는 길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