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부실심화->정부 지원->관치심화->또 부실 악순환 되풀이?
[뉴스핌=원정희 기자] 정부가 은행의 자본확충 지원을 검토하는데 대해 금융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에 대한 대출용도의 자본확충이라면 오히려 그 부작용은 커질 수 있다는데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차원에서 일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확충에 대한 원칙과 명분을 분명히 잡고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 대출용 자본확충, 되레 기업 모럴해저드 유발·은행 건전성 해쳐
그러나 은행 및 금융권 일부 관계자들은 어차피 기업에 대한 적극적 대출 독려 차원의 자본확충이라면 은행 건전성이나 대외신인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오히려 신관치를 불러 올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오전 "정부가 돈을 집어 넣어도 돈이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고 최근엔 은행 BIS자기자본비율의 제도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근의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들에 비춰 은행들이 BIS비율 하락 부담 때문에 기업에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기업에 대한 대출 즉 실물지원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은 은행이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는 점엔 입을 모으고 있다. 또 그것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을 갖고 이 구조조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차원이라면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의 이 대통령의 발언들을 감안할 때 이런 측면 보다는 "무조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다 살려보자는 의지"로 보여지며 이를 위해서 은행에 자본을 확충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은행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 구조조정엔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 원칙에 따라 기업에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은행이 대출을 안해준다고 마냥 몰아세우고 이제는 정부가 자본을 투입할테니 중소기업을 지원하라는 것이 과연 시장 메카니즘(mechanism)에 맞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이든 건설사든 구조조정 의지를 갖기 어렵고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으로서도 이런 상황에서 자본적정성 및 건전성 관리가 불가능해 지는 셈이다.
대형은행 한 리스크관리 담당자도 "은행 리스크관리는 본연의 역할이고 요즘같은 경기 위축때 기업대출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데 정부는 만기연장을 자꾸 해주라고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현재 은행 자본적정성은 지주사가 자회사에 증자 등을 하고 후순위채도 소화가 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출 독려를 위해 자본확충을 한다는 것은 신관치이며 위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과거 외환위기에 따른 금융부실은 '관치->부실심화->정부 지원->관치심화->또 부실' 등의 악순환에서 비롯됐다는게 입증된 마당에 이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냐는 게 은행권의 정서다.
◆ 선제적 지원 명분 및 원칙 명확히해야
아울러 또 다시 자본확충을 대가로 MOU수준 이상의 경영진교체나 경영 간섭은 불가피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으로 떠맡아야 할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위한 선제적 차원에서의 체력보강 측면이라면 과거 외환위기 때 은행 부실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과 달리 생각해야 한다"며 "이 경우 정부가 은행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해선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에 따른 경영이행각서(MOU)를 통해 올 연말까지 BIS비율은 11~12%로 맞춰야 한다.
각 은행들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보완자본 확충 및 금융지주사(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 신한지주)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회사 증자로 기본자본 확충을 병행하는 등 애쓰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지금 상태라면 연말까지 은행들은 BIS비율 목표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올라가고 주가가 떨어지고, 추가 부실이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못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곪아터지기 전에 한다는 의미라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과거 외환위기 때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서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지금은 금융 안정화 조치 및 예비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이같은 명분을 정확히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경우 공적자금보다는 한은이나 연기금을 통한 준 공적자금 그리고 직접 지원보다는 후순위채 매입 등 2차적 지원으로 이뤄져야 하며 MOU 등에 대해서도 유연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