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문의 주요 내용은 은행 임원의 연봉감축과 영업비용 절감, 직원임금동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되는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연장, 그리고 대출금리부담 완화를 위한 원가절감 등이다. 위기관리 차원의 비상경영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의 경영지침에서도 흔히 강조되는 내용이다.
국민의 혈세인 정부 지원자금으로 신용경색을 풀어야 하는 참담한 경영실상에 대한 깊은 자성의 의지가 엿 보이지 않는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노련하고 고뇌에 찬 은행장들의 결연한 의지와 결단이 담겨 있지도 않다.
현재 은행장들의 연봉은 수억원이고 일부 은행장들은 상당한 성과보수와 스톡옵션이 걸려 있어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수십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소득 양극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히며 심심찬게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게 금융기관장의 보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은행이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의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10%쯤 줄이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은행장들의 결의는 이런 움직임의 재탕에 불과한 것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연장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벌써 연말까지 늦추기로 공표한 바 있다. 그러니까 이날 은행장들은 이미 시행키로 한 사안을 내년 6월까지 6개월 정도 더 연장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금리인하는 은행의 비용절감 등 내부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주택담보대출등 가계대출과 소액대출금리의 대부분은 양도성예금증서와 연동해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 금리를 기준으로 일정한 마진을 붙혀 책정된다. 지금 걱정하는 대출금리상승은 은행마진을 높이 책정한데서 기인하는게 아니라 은행채 금리가 뛰면서 금리기준인 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오르는 까닭이다.
금리상승 구조적인 고리가 무엇인지, 또 은행의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은행장들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내용들이 버젓이 결의문에 담겨 있는 점을 볼 때 은행장들이 현재의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마디로 은행장들의 결의는 이명박 대통령이 "받을 것은 다 받으면서 문제가 생기면 정부지원에 기대는 것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에 마지못해 내놓은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신용경색이 미국처럼 국내 금융시장에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급보증과 유동성 지원책도 실제 실행되려면 아직 절차가 남아 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정부와 국민이 인식하는 것처럼 그렇게 급박한 상황에 몰려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을 입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신용경색이 실제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사전차단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과 시장참여자가 혼란과 심리적인 불안에 빠질 수 있는 요인을 철저히 제거하는게 급선무이다. 은행장들의 노련하고 결연한 수습의지를 보일때 시장은 안정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환율불안, 주가하락, 금리상승 등의 시장불안은 고강도 처방과 결단없이는 해소될 수 없는 지경까지 번져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