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주요은행에 투입자금의 절반을 쏟아붓는 대책 외에 금융권의 대출 거래를 살리기 위해 신규 채권에 대한 정부 보증에다 기업들의 당좌예금에 대한 보장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제공한 자금을 기관 대출시장은 물론 어려움에 빠진 주택소유자들에게 돌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과연 금융권이 순순히 따를 것인지 확실치 않다.
또 납세자들의 돈이 너무 방만해게 지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정치권은 물론 금융권 내에서 조차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헨리 폴슨(Henry Paulson) 재무장관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자금을 구할 수 없도록 내버려 두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시장에 전개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구제법안을 통해 승인된 공적자금은 부실채권 매입에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폴슨 장관은 신속하게 노선을 전환해 금융기관들의 우선주를 매입하도록 했다. 물론 예정대로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입찰은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7000억 달러 공적자금 투입분 중 초기 2500억 달러 집행분은 금융권으로 투입되고, 의회의 승인 과정을 거쳐 추가적인 자금을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곧 붕괴될 위험이 있는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건전한 기관들과는 다른 패널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 수일내 9대 은행부터 투입.. 연말까지 수 천개 기관에 지원
일단 은행권 자금투입은 수일 내로 9개 주요은행들에 대해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업체명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뱅크오브뉴욕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이 대상이다.
폴슨 장관은 초기 자금투입 대상 기관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건전한 기관들이며, 앞으로 수 천개의 다른 금융기관들로도 자금이 투입되면서 대출기능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번 자금투입은 기관들이 자발적인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9대 주요은행들의 경우 강제적으로 자금투입이 실시된다.
자금을 지원받는 금융기관들은 경영진의 보수와 이른바 '황금낙하산'에 대한 제한을 수용해야 하며, 또한 재무부에 자신들의 지분 15%를 발행시점의 가격으로하여 '워런트'로 제공해야 한다.
또 선순위우선주에 대해서는 최초 5년 동안 연 5%의 배당을 지급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9% 배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주식 매입시 가격은 거래 시점의 시가로 하며, 은행들은 3년 후에 동일한 가격으로 재매입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재무부의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수일 내로 9개 주요은행에 자금이 투입되고 나머지 자금은 연말까지 금융기관들에게 차례대로 지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배당을 중단시키거나 하는 조치는 없을 것이나 배당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제약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만 정부가 주주 의결권을 행사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이번 미국의 대책은 유럽의 조치를 본받은 것이다. 이미 유럽 주요국들은 금융기관들에 총 270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은행간 거래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까지 합치면 총 1.9조 유로가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제까지 주요 금융기관들은 부실대출로 총 637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과 대손상각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손실이 1.4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향후 수년간 6750억 달러의 신규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다.
이번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신규발행된 선순위 부담보채권을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3년간 잠정 보증하고 당좌예금 등의 이자가 붙지 않는 예금에 대해 전면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채권은 2009년 6월 30일까지 신규로 발행되는 모든 선순위 무담보채권이며, 예금보장은 2009년 연말까지 이루어진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상업어음(CP) 직매입이 10월 27일부터 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입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간섭 어디까지?", "납세자 돈으로 무상 선물이냐" 논란
이번 미국 정부 당국의 금융권에 대한 개입은 지난 1980년대 후반 저축대부조합 위기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또 직접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권에 어느 정도 간섭할 것인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잉글링(Edward Yingling) 전미은행협회장은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건전하고 새로운 자금을 투입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모든 것을 관장하면서 대출정책과 보수체계까지 간섭할 것인가"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특히 웰스파고의 경우 월요일 긴급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들은 정부 자금을 투입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재고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금융권 대표들은 정부가 어차피 신규자금을 투입해도 망할 기관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더구나 정부가 주요 주주가 된다면 사실상 금융기관들은 더이상 위험한 대출은 생각지도 못하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통화감독청(OCC) 측은 "이번 조치는 매우 중대한 다수의 일회적인 사안들이 누적되어 실시되는 것이며, 그 영향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 관계자가 공적자금 투입은 '건전한 금융기관'을 우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기관들은 과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재무부의 자금 투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당수 대출기관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지만, 대신 공적 자금이 좀 더 큰 소실 위험에 노출된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과거 대공황 시절에는 공적자금으로 우선주를 매입하면서 주주의결권도 가져갔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다보니 "거저주는 선물"이란 평가도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그냥 자금을 투입해서는 곤란하고 좀 더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됐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는 "단순이 수십억 달러를 기업에 투입하고 잘 뒤기를 바라면서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며, "이들 기업의 지분을 되팔 때 손실이 없거나 오히려 수익이 나도록 건전해질 때까지 개혁과 구조조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이번 계획이 주택소유자들을 돕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납세자들의 돈을 월가 CEO를 배불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