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신용위기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현금을 확보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 미국발 금융위기, 국내에선 자금경색·신용위기로 번져
이러다 보니 돈이 흐르지 않고 꽉 막혀 있다. 자연히 조금이라도 신용에 의심이 가는 곳에는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달러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데 그치 않고 원화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과 금융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돈이 많은 곳은 잔뜩 움켜쥐고 풀지를 않고 돈이 부족하고 필요한 곳은 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자금문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기업들은 회사채를 통해 돈을 조달하는 길이 이미 막혀 버렸고 유통금리도 치솟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어렵다. 증권사는 신용으로 돈을 구하기 힘들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높은 금리로 내다팔고 있다. 은행들의 은행채 금리가 치솟고 이로인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CD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신용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방치된 채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국 인식은 너무 안이.. "과감한 대책으로 해결의지 보여야"
그런데도 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의 대응은 안이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작금의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과감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데 말로만 대책을 세울 뿐 피부에 와닿는 대책은 별로 없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거시적인 대책과 미시적인 대책을 동시에 강도높게 사용함으로써 강한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유동성을 과감하게 풀고 기준금리도 인하하는 등 비상 대책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의 근본원인인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을 푸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 "한은, 기준금리 인하등 유동성 확 풀어야"
한국은행은 최근 RP(환매채)매각 규모를 줄이는 등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초단기 자금을 다소 여유있게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로 지금처럼 심각한 자금 및 신용경색을 풀기는 조족지혈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은행들의 단기자금이 다소 여유가 생긴다고 증권사나 저축은행 기업 등으로 돈이 흘러갈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개별 기업이나 제2금융권에 돈을 직접 공급할 수 없고 은행을 통해 전체 유동성의 양을 조절해야하는 게 현실적인 한계다. 지금처럼 신용문제에 민감한 상황에서 은행에서 2금융권이나 기업으로 돈이 돌게 하려면 은행에 돈이 넘쳐나야 한다. 은행들이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굴릴 데가 없을 정도면 회사채를 사거나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등 여러가지 운용처를 찾아나설 거라는 얘기다. 돈을 넘치게 해 막힌 구멍을 뚫는 특단의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내리고 돈을 확 푼다고 해서 수요가 늘어나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본다는 기우다. 물가가 오르는 건 원유값과 환율 상승으로 비용이 올리가는데 따른 것이다. 지금처럼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과도한 자금공급으로 수요가 늘어나 인플레를 유발시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건 너무 원론적이고 현실을 외면한 단견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정부, 중장기 부동산대책 앞서 건설업 자금숨통 틔는 단기대책 세워야"
정부도 종부세를 고치거나 그린벨트를 푸는 등 부동산대책을 중장기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좀더 미시적으로 당장 필요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건설업의 문제는 아파트 미분양이 누적되고 건설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돈이 흐르지 않고 있는데 있다. 미분양 아파트를 적정 수준으로 할인해 매입한 후 이를 기초자산으로 해 ABS를 발행해 자금의 숨통을 트게 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자금시장과 신용경색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면서 "시장과 기업이 무너지고 난후 사후 약방문 격으로 대책을 내놓을 경우 예방책을 세우는 것에 비해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만큼 강력한 사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