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환율 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이번 사실은 외환시장에 큰 충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수면 위로 부상하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태는 미국이 금융 위기와 경제 난국에 빠져 정치적, 정책적 지도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각인되고 있다.
◆ "G3, 지난 3월 외환시장 협조 개입 비밀 협약"
지난 27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몇몇 금제금융 소식통을 인용, 3월 베어스턴스 구제가 이루어질 무렵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달러화 부양을 위한 3자 비밀 협의가 이루어졌으며, 심지어 선진국 G7 회담에서도 관련된 긴급성명서를 발표할 것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 당국자와 일본 재무부 그리고 유럽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3월 15일~16일 주말에 외환시장 협조 개입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은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억제하는 것에서 나아가 달러 매수 협조 개입의 틀거리도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이들은 개입이 단행될 특정 환율의 수준을 설정하지는 않았으며, 또 어느 정도의 규모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리 결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달러화 가치가 자유낙하할 시에는 각국 중앙은행을 통해 엔화 및 유로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수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만 특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본은 외환스왑 계약을 통해 매도에 필요한 엔화를 공급하기로 하고, 미국과 유럽의 경우 기존에 맺은 스왑 메커니즘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3월 엔/달러는 한때 100엔 선을 무너뜨리면서 95엔 수준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이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개입은 나오지 않았다.
신문은 부시 정부가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로 일관해왔지만 급격한 달러화 약세로 인해 점차 그 태도가 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달러화가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의 우려 속에 만약 다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협조 개입 논의가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달러 폭락, 국제 유동성 위기 막자
미국은 지난 1985년과 1987년 협조 개입 이후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본이 2000년 이후 2004년 3월까지 대규모 엔 매도 개입을 통해 수출 경기를 부양하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도 미국은 유럽과 함께 이 같은 개입에 대해 비난했다.
하지만 이미 금융 위기 사태로 인해 달러화가 극히 취약한 상태에 몰리고, 올해 3월 베어스턴스 구제 사태에 이르러서는 막대한 유동성 공급을 통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엔/달러가 한때 95엔까지 폭락하는 등 12년래 최저치로 떨어지자 위기 의식이 표면화됐다.
미국 당국자는 물론 유럽과 일본 당국자들은 '달러 폭락과 국제 유동성 위기' 사태가 발현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3월 중순 비밀 협약을 맺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동안 유럽 당국자들은 시장 개입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했지만, 유럽 경기도 약화될 조짐을 보인 가운데 유로 강세에 따른 수출 경기가 질식될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달러화 부양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선진국 G7회담이 열릴 때까지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협조 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환율 변동성을 우려한다"는 수준의 성명서가 나오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 시점 전후로 미국는 당국자들은 보다 공개적으로 달러화 부양 의지를 천명했고, 외환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를 감지했다. 부시 대통령과 폴슨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한 달러화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말했고, 버냉키 연준 의장도 달러화가 정책적 고려요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달러화가 급락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대단히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상품 가격이 폭등해 위기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달러 페그제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높은 수입물가 부담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금융 혼란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잦아들지 않고 있고 실물 경제로의 파급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미국의 정치적, 정책적 공백 사태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 달러 본격 반등? 펀더멘털 지원없인 쉽지 않아
한편 최근 외환시장은 미국 달러화의 장기 하락 추세 반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7월 중순 1.60달러 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유로/달러는 최근 1.46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달러도 3월 95엔 선에서 꾸준히 반등하면서 110엔 선까지 올라서는 등 7개월 최고 수준에 거래되는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달러화의 추세 전환 혹은 지속적인 랠리는 불안한 기초에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보다는 유럽과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상대적인 요인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고 하반기 미국 경제가 정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공적 구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부담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 랠리가 경기 펀더멘털 및 금리에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래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 행보가 당분간 동결이지만 길게 보아 인상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유로존과 영국 그리고 일본 등은 금리 하락의 문이 열렸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연준 내에서 인플레 전망이 여전히 쟁점인 데다 현행 통화정책 기조가 특별히 수용적이지 않다는 식의 판단을 내리고 있고, 유럽 및 일본 정책결정자들은 금리인하 논의가 섣부르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