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로 드러난 공기업 비리는 부적절한 예산집행과 인력배치 등의 방만경영, 감독기관인 정부부처에 대한 부적절한 접대, 회삿 돈의 사적 유용, 납품 및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수수 등이 대체적인 유형이다. 비리의 유형이 그렇게 지능적이지도 않다. 한마디로 잡범 수준의 파렴치한 비리이다.
그럼에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는 사정당국에 의해 해마다 적발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은 채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 아무리 정상참작을 하려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관행처럼 고착화 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엊그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산업은행의 방만경영은 공기업 비리와 도덕적 해이의 전형에 해당한다. 감사원이 지난 2005년부터 올 3월말까지 산업은행의 경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작년말 상여금, 성과급, 특별성과보상금과 함께 사기진작 명목으로 64억8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예비비와 인건비 예산이 남아 돌자 이런 저런 명목을 붙혀 나눠 가진 것이다.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부러움을 살 만하고 국외자의 눈총을 받아 마땅하다.산업은행의 도덕적 해이는 여기에 그쳤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방에 근무하는 지점장에게 사택을 제공하는 것도 부족해 관리비마저 대신 부담해 주었다.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자녀학자금 대출의 미상환액도 28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 허술한 기업조사로 인한 부실대출도 적발됐다. 신뢰받는 금융인의 자화상으로는 너무도 부끄러운 행태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조금 과장해 해석하면 산업은행의 예산은 줄줄 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 ‘신의 내린 직장’의 위용을 실감하게 한다. 감사원이 부적절한 예산집행으로 지적했던 수당 관련 예산은 지난 2002년 148억6900만원에서 올해는 292억4400만원으로 연평균 11.9%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수당관련 예산지출은 80억4000만원에서 214억3300만원으로 연평균 21.7%가 늘었다. 이 만한 수당을 받고 일한 성과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산업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보면 공기업의 비리가 내부의 단복 또는 단순소행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정부가 암묵적으로 승인하고 임직원이 별다른 죄책감 없이 공조, 공범으로 가담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간다. 예컨대 산업은행의 2007년 예산집행율이 77.8%에 그쳤음에도 전년대비 8.2%로 증액한 올해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원안대로 승인해 준 것은 납득되지 않는 조처이다. 공기업과 정부의 이같은 사례는 산업은행에 국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연이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는 해당 공기업이 진정한 죄책감을 갖고 단죄와 반성, 그리고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는가에 의문이 크다. 비슷한 유형의 비리가 공기업 전반에 반복되고 있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부감시체제가 허술하고 정부도 형식적인 관리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검찰의 조사결과는 처벌을 위한 것 만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기관과 기관장, 그리고 당사자에 대해 사안의 경중을 따져 적절한 조치는 물론이고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통제등의 제도적 개선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부적절하게 집행된 예산은 단 한 푼이라도 반드시 환수해야 마땅하다. 환수와 처벌, 징계등에 대한 관련법규와 규정이 미약하거나 불비하면 즉각 보완해야 한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에 대한 물렁한 처벌은 반복되는 위법과 편법을 근절할 수 없고 오히려 오랜 관행으로 고착화시킬 뿐이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