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확대 경쟁 후유증 연체율로 본격화 등 경고음
[뉴스핌=원정희 기자]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가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 은행들의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표면적 지표들이 예상 만큼 악화되지 않았던 것은 부실채권의 대규모 정리와 대출자산이 늘어났던 점들이 도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물가 상승 등 대내외변수 악화와 함께 신규 부실채권 규모 등 은행 내 여러 수치들은 앞으로 은행 건전성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은행 건전성은 보통 6개월~1년의 시차를 두고 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 하반기 이후 건전성 악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표면 지표는 괜찮아 보이지만…"
우리금융(우리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의 경우 2/4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이 1.91%로 전 분기보다 0.16%포인트 악화된 것을 제외하면 중소기업과 가계부문 연체율은 개선됐다. 다만 신용카드 연체율은 1.75%에서 1.91%로 0.16%포인트 악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총여신이 6개월새 11.7%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금액도 같은 기간 11.1%나 늘어났다. 여신 증가분 만큼 늘어난 셈이다. 중소기업쪽은 더 심각하다. 총여신이 7.4% 늘어난데 반해 요주의여신은 22.4%, 고정이하여신은 18.2%나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 신규 금액도 지난 한해 동안 6000억원 늘어났지만 올해는 6개월만에 502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3350억원은 상각 및 매각으로 처분했다.
신한지주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전 분기 0.74%에서 2/4분기 0.67%로 낮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2/4분기의 0.75%, 지난해 연말 0.73%보다 올라간 0.78%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연체율은 올 1/4분기 0.88%로 올랐다가 2/4분기엔 0.71%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4/4분기의 0.64%보단 올라갔다.
국민은행도 올 상반기 연체율은 0.57%로 지난 3월 0.65%보다 좋아졌다. 기업부문 연체율은 0.45%로 지난 3월의 0.53%보다는 개선됐지만 지난해 12월의 0.41%보다 0.04%포인트 악화됐다. 특히 카드부문은 1.18%로 지난 3월의 1.12%, 지난해 12월의 1.11%보다 모두 안 좋아졌다.
◆은행별 2000억~5000억원 가까이 상각·매각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당초 예상했던 만큼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은 부실채권에 대한 대규모 상각과 매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전분기말 보다 하락한 것에 대해 "올 2/4분기 중 부실채권 정리실적이 4조원으로 직전분기의 2조2000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난 2/4분기중 신규발생한 부실 규모 3조4000억원은 전 분기와는 비슷하나 지난해 동기의 3조1000억원 보다는 3000억원 늘어났다.
실제 국민은행은 1/4분기 2182억원, 2/4분기엔 2306억원을 각각 상각했다. 상반기동안 매각액은 1400억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4분기에 1500억원, 2/4분기에 1507억원 어치를 상각 및 매각했다.
기업은행도 2/4분기에만 부실채권 4400억원을 매각, 800억원을 상각했다. 무려 5200억원을 정리한 것이다. 전 분기엔 1200억원을 상각 및 매각처리했다.
신한은행도 3월엔 314억원을 상각 및 매각했지만 6월엔 1666억원을 상각 및 매각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6월 780억원을 상각, 2000억원을 매각했다. 하나은행이 지난 한해 동안 약 3370억원 정도 매각 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들어 대규모 매각이 이뤄진 셈이다.
금융지주사 한 IR 담당자는 "은행들이 2/4분기 연체율 등이 비교적 좋아진 것은 건전성관리를 잘 했다기보다는 부실채권에 대한 상각 및 매각 효과와 연체율 계
산 때 분모가 되는 자산이 늘어난 점도 연체율 상승을 제한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모 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부실채권 상각 및 매각 전의 연체율과 후의 연체율이 은행별로 최고 0.2%포인트 안팍의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 건전성 앞으로가 더 문제
따라서 금융계 일각에선 내수경기 부진 등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고 또 일반적으로 대출이 나간 후 시차를 두고 지표에 반영된다는 점에 비춰 올 하반기 건전성은 은행들에게 큰 짐이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앞으로 건전성이 나빠지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 나빠지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은행 한 여신기획 담당자는 전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까지는 대출을 많이 늘려서 건전성 악화가 덜 나타났지만 한동안 돈이 많이 들어갔던 부동산쪽을 비롯해 원자재 수입비중 높은 제조업체, 소호 및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하반기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건전성 악화든 개선이든 신규대출이 있고 나서 6개월 정도 후에나 지표에 반영이 된다"며 하반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은행들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한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되진 않는다"며 "은행들이 돈줄을 죄이는 순간 건전성은 악화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송재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은 맥락으로 "은행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위축시키면 대출시장이 경색되면서 오히려 급격한 중소기업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