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택가격이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고 고용시장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휘발유 소매가가 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데다 금융시장 혼란도 지속되고 있어 미국 경제는 '침체' 외에는 갈 길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상반기 미국 경제는 분명히 침체될 것이라는 몇몇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소폭이나마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란 단순한 정의 만으로 본다면 명백한 침체는 없는 것 같다.
◆ GDP 위축 안 되어도 '침체' 선언 가능
이런 미국 경제에 대해 '침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 문제를 담당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미국 경기주기를 살피고 그 '시점'을 결정하고 선언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비영리재단 NBER은 경기 침체란 "미국 경제활동이 경제 전반에 걸쳐 몇달 이상 크게 줄어드는 것"이란 정의를 내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만이 아니며, 소득, 고용, 산업생산 그리고 소매 및 도매매출 등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GDP가 여전히 증가해도 다른 지표들에 근거해 경기침체를 선언할 수 있다.
이들 지표들은 최근들어 특히 약화되고 있고 상당수는 명백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의 경우 올해 내내 위축되어 왔고 7월 역시 상당히 약한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생산성이 향상되면 경제가 부양되는 것은 사실이다. 고용주가 개별 노동자로부터 더 많은 결과물을 얻을 때, 일자리가 줄어들더라도 산출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산성 향상은 성장률을 충분히 오랫 동안 부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제프리 프랑켈(Jeffrey Frankel) 하버드대학 교수 겸 NBER의 경기주기 시점결정위원회(Business Cycle Datign Committee) 위원은 "지금 미국 경제는 경기부양책과 수출 강세 영향으로 느리게나마 경기확장이 지속되고 있는, 말하자면 살짝 미끄러져 나가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30년 동안 미국 경제는 몇 차례 경기침체로 접어들 뻔 했다가 그렇지 않고 대신 '그럭저럭 확장 국면을 이어간(muddle through)' 경험이 있다며, 그러나 이번 경우는 "과거 '머들스루' 시기와 비교할 때 더 좋지 않은 여건이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GDP 위축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마음은 이미 결정
지난 30년간 경기주기시점결정위원회를 이끌어 온 로버트 홀(Robert Hall) 스탠포드대학 경제학교수는 그 동안 발표된 거시지표 결과는 "경기침체 때와 같은 고용 부족과 실질 산출의 정체 양상을 매우 강하게 확인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용시장이 아직 완만하게 위축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고용시장은 바닥을 지나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이번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서로 다른 대처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먼저 GDP가 여전히 확장되더라도 이 시기를 '경기침체'라고 선언하고 그 배경으로 고용 및 여타 주요 측정지표의 약세를 제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인데, 이 경우는 금융 위기 양상 속에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경우가 되는 셈이다.
GDP가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초에 위축된다면 위원회는 경기 침체 시기를 고용시장이 본격 위축되기 시작한 올해 1월로 소급해서 선언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1981년~1982년 경기침체 이후 가장 '긴 침체'의 경우가 된다. 마지막으로 GDP가 한 분기도 위축되지 않는다고 해도 '짧은 경기침체'라고 선언할 수도 있다.
프랑켈 교수는 아직 위원회가 현재 미국 경제를 일종의 경기침체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한 분기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가지 않는데 그렇게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다른 위원회 멤버인 빅터 자노위츠(Victor Zanowitz) 컨퍼런스보드 소속 이코노미스트도 "고용시장의 위축 만으로는 경기침체를 선언하기에 부족하지만, 이미 경기침체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며, "GDP가 한 분기만이라도 위축된다면 상당히 더 확신을 가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달까지 NBER의 대표를 맡아 온 마틴 펠드스틴(Martin Feldstein) 하버드대학 교수는 미국 경제가 1월부터 경기침체로 빠져들었다는 다소 단호한 입장이다.
그는 1월에는 이미 다수 월간 지표가 고점을 지났다면서, "다른 지표들이 경기 위축을 시사할 때는 반드시 GDP가 위축되어야만 경기침체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력이 떨어지는 올해 연말까지는 GDP가 결국 위축되기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1월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는 데이빗 로젠버그(David Rosenberg)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년에 달하는 신용주기가 청산되고 있다"며, "사상 최대 주택시장 거품이 해소되면서 미국 경제는 '정체' 국면에 서있다.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안으로 경기침체 발생을 예상했던 모간스탠리의 경제전문가들은 여전히 그 전망을 고수하지만 그 시점은 올해 4/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로 보고 있다.
NBER의 위원들도 서둘러 경기침체 선언에 나설 생각은 없다. 2001년 경기침체 시기 결정 때도 그랬다. 당시 경기침체 기간은 2001년 3월부터 11월까지로 정했지만, NBER은 2001년 11월이 될 때까지 경기침체의 시작을 선언하지 않았으며 2003년 말이 되어서야 경기침체의 종료 시점을 분명하게 설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