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관계자들은 지난 2001년 금융지주회사가 첫 출현한 이래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과 힘겨루기가 반복되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역할설정을 위한 끊임 없는 모색이 진행될 정도로 확고한 모델을 만들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자산 비중으로 볼 때 국민은행이 9할을 훨씬 넘어서는 비중을 갖고 있어 경영의 범위와 무게가 항상 은행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경영활동의 중심축은 은행 비중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고 이들이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국민은행 경영, 2라운드 공 울렸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4일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2라운드가 개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말로는 회장과 은행장이지만 역할과 위상에 따라 영문 명칭으로 상징해 보면 그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같은 금융지주사 회장이라도 경영일선에선 손을 뗀 채 체어맨(Chairman) 역할만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일상적인 경영에 간여하는 강한 리더십을 지닌 '체어맨 & CEO'는 위상과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말 이름으로 같은 은행장이라도 관리역할에 방점이 찍힌 프레지던트(President)가 있는 반면에 의사결정권한이 큰 CEO로서의 위상을 지닌 'CEO & 프레지던트' 역시 격이 달라진다고 그는 규정했다.
그는 국민은행 상황과 관련해 "황영기 회장 후보가 단순히 갈 곳이 없어 간 것이 아닐 것이고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으로 다하지 못했던 부분과 새로 출범하는 KB금융지주에 지원했을 때의 포부가 뚜렷한 만큼 일상 경영활동에 대한 의욕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강정원 행장은 이사회와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했지만 일상 경영활동을 도맡아 이끄는 CEO였고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있어 갈등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고 살폈다.
비슷한 지적을 한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강정원 행장의 일상적 리더십이 관철돼 왔지만 이제 지주사 회장의 등장으로 여러 방식과 수위를 통한 경영과정을 둘러싼 의견개진이나 주문이 던져질 것이고 그것이 민감한 사안이거나 행장의 인식과 어긋나는 판단 결과라면 갈등은 불가피 하다"고 내다봤다.
지주사 조직 인력 구성부터 지주사-은행 관계까지 첨예할 수도
일단, 황영기 회장 후보가 천재지변급 이변이 없는 한 오는 8월 25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것이기 때문에 황 회장 후보와 강정원 행장은 이제 각자의 입장에서 구체적 사안을 둘러싼 논의와 결정에 함께 하게 된다.
당장 지주사 조직 구성과 그에 따른 인사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고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정립으로 대표되는 내부 업무 프로세스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현안은 9월 출범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대의 때문에 큰 마찰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실제 경영과정상에서는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 전체적인 전략과 영업방침이 최대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과 어긋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황 회장 컬러가 집약될 새로운 전략에서부터 세부 액션플랜에 이르는 내용들이 강정원 행장이 구상해온 방향과 처방에 부합하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금으로선 황 회장-강 행장이 궁합이 잘 맞어 시너지 극대화로 갈 것인지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지, 아니면 윈-윈 원칙에 철저한 적극적 긴장관계로 이어질 것인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변천사가 결국은 한국 사회에서 금융지주사 정착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지적하곤 한다.
우리금융은 초대 윤병철 회장-이덕훈 행장 때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했다가 둘 사이의 갈등과 이견이 자주 빚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2대 경영진은 황영기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일체형으로 가기도 했다. 물론 일부 문제점이 다시 지적되자 3대 경영진은 박병원 회장과 박해춘 행장으로 분리했지만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다시 표출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