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은 장 막판 개입이 없다고 판단되면 확실히 매수 우위를 보이며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장세를 나타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미국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주식시장 약세가 진행되고 있어 달러 매수 요인이 시장을 감싸고 있다.
기획재정부 최중경 차관 역시 "환율 급변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율안정론을 보이면서도 "현재 환율 움직임은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가 부족하고 외국인인 주식을 내다팔며 송금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환율 상승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을 줬다.
이에 따라 전날 정부의 하반기 정책기조를 물가 및 서민생활 안정에 두고 시중유동성이나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발표 속에서 무려 40억달러나 되는 대량 달러매도개입이 있었으나 개입이 없을 경우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실제로 뉴스핌이 이날 긴급 외환서베이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당장이야 물가 안정이나 급등폭을 막기 위한 정부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개입으로 1050~1060원선에서 억제되는 양상을 보이겠지만, 하반기 중 1080원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심지어는 1100원까지 보는 논자들도 있는 등 환율 상승-원화 약세 흐름을 당연하게 보고 있다.
더욱이 하반기 경제성장이 한은 전망으로 3.9%, 정부 전망으로도 4%초반 수준까지 약화되고, 물가는 5%대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고용 20만명 이내, 경상수지는 90-100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펀더멘탈 약화에 따른 원화 약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약화될 것으로 보면서 원화 약세에 베팅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외환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세력들의 베팅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정부 내 '경제 위기론' 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제기하는 '석유 위기론'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나 여당에서 국정운영의 원활화, 즉 촛불시위 중단이나 야당의 국회 등원 등을 압박하기 위한 국내 정치용 카드로 '위기론'을 주장할 경우 주가 약세나 채권 약세, 그리고 환율 급등-원화 약세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정운영에 책임있는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의 고위급 책임자들은 한국시장에 원치 않는 '국제투기꾼'들을 불러들이는 역효과를 갖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용 '위기' 발언을 자제하고, 그 발언이 대외나 해외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부 당국이 한쪽에서는 물가나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달러 매도개입을 해서 환율을 안정시키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같은 위기조장을 통해 한국에서 투자자들을 떠나게 하는 '셀 코리아'(Sell Korea) 환경을 만들어 환율이 급등케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자충수이며 넌센스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100억달러는 비록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적자 전환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되는 수준이고, 외채성격도 IMF의 지적처럼 금융성 부채라는 점에서 모두 '관리 가능영역'에 있다는 점에서, '과도 우려성' 발언은 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 특히 외환위기 등 금융위기를 이론적으로 분석한 현대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자기 실현적 기대'라는 표현이 있다. 즉 '자기가 생각한대로, 기대한 대로 된다'는 것이다. 성공을 부추기면 성공이 오고, 위기나 실패를 부추기면 실제로 실패와 위기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할 정부가, 경제의 어려움을 얘기해 고통극복에 동참하자는 수준은 괜찮지만, 여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위기를 조장하고, 만약 그런 것이 또다른 국가위기를 불어온다면 이미 정부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새겨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4일 오후 5시 21분에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원/달러 환율 개입 하룻만에 장막판 10원 급등, "개입 없이 환율 못막나"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45.00원으로 마감하면서 개입 하루만에 다시 1040원대를 회복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달러선물 7월물은 1045.90원으로 전날보다 5.40원 상승했다.
정부의 하반기 물가안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의지가 표출되고 있고 더불어 대규모 매도 개입을 단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외환시장은 여전히 달러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환율은 상승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45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할 태세여서 환율 상승을 막을 특별한 변수는 없어 보인다.
국내증시 또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장중 1600선이 무너지기도 했고 외국인은 무려 19일 연속 주식 팔자세를 견지하면서 4500억원이 넘는 주식 매도세를 보여 환율 상승에 일조했다.
이날은 또한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모여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개입여부에 주목하면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기도 했지만 개입이 없다는 판단이 들자 매매주체들은 장막판 포지션 정리와 함께 환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리는 패턴을 보였다.
하루동안 은행간 거래량은 76억 225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오는 4일 매매기준율(MAR)은 1037.60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참여자들은 여전히 환율 상승세에 여전히 무게감을 두고 매매에 임하고 있다.
시중은행 딜러는 "여전히 역외를 중심으로 달러 사자세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장막판 개입 눈치를 보다 포지션을 롱쪽으로 구축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개입경계감으로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쳐도 환율 상승추세를 쉽게 꺾이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다른 딜러는 "해외증시의 동반약세가 동시에 펼쳐지는 가운데 주식관련 환헤지 수요도 환율의 상승요인으로 분명 작용하고 있고 시장은 달러가 부족해 보인다"며 "당국의 개입이 실제로 들어오지 않는 한 환율은 상승 흐름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